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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전
2005년 05월 30일 () 09:02:00 webmaster@mjmedi.com
   
 
업그레이드된 홍상수 표 코미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 본 극장은 너무 깜깜해서 무섭기까지 했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극장에 대한 단상은 엄마를 따라 <대부>를 보던 그 순간에 머무른다. 물론 <대부>라는 제목은 훗날 알게 되었지만 영화의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 채 깜깜한 공간이 싫어서 극장 휴게실에서 TV를 봤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 학교 단체 관람으로, 학교 앞에서 나눠준 할인권으로 3류 동시상영 극장을 찾아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성인영화를 맘 졸이며 봤던 어린 시절의 극장 풍경까지 누구나 극장에 대한 추억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은 바로 극장이라는 공간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특히 1부, 2부로 나뉘어진 형식은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가면 더욱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1부에서는 암 투병 중인 영화감독의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그 감독의 단편 데뷔작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그 영화를 보고 나오는 동수(김상경)와 그 영화 속의 주인공 영실(엄지원)이 영화 촬영지에서 만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극장전>이 어떠한 영화인지 미리 알 수 있을 것이다. 특별한 시나리오와 콘티 없이 배우들의 즉흥적인 연기에서 사실감을 표현하고, 특히 술 먹는 장면은 실제로 술을 먹고 찍는 스타일 때문에 관객들은 취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극장전> 또한 이러한 연출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별히 변한 것이 있다면 기존 작품에서는 카메라가 고정된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카메라가 의외로(!) 많이 움직인다. 특히 일반 영화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영화촬영기법인 Pan(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 Tilt(카메라를 상하로 움직이는 것), Zoom 렌즈(멀리 있는 장면을 서서히 가깝게 당기는 것)와 같은 기법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화면은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의외로 잘 만든 영화들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설픔으로 인해 좀 더 영화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이 코미디(?)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극장전>은 한층 업그레이드 된 코미디로 다가올 것이다. 상황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예상할 수 없는 대사들 덕분에 관객들은 어이없이 즐거워진다. 김상경이 연기한 백수 영화감독 지망생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개인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며, 1부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으로, 2부에서는 유명한 영화배우로 나오는 엄지원의 연기도 욕심 없이 잘 소화시켜내고 있다.

생뚱 맞은 이야기 연결과 결말은 홍상수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너무나 어이없어 하지 말고, 일상의 단면을 순간적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봤으면 좋겠다. (상영중)

황 보 성 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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