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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경제
  • 입력 2017.03.31 19:36
  • 수정 2017.04.03 12:17
  • 호수 1052

“헌재의 현명한 판결 기대한다”
‘당진땅 찾기’ 헌법재판소 1인 피켓시위 동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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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벽 첫차 타고 헌법재판소 앞 시위
“지역 정치지도자들 피켓시위 참여해 달라”

새벽 6시. 봄을 마중하듯 해가 일찍 떠오르긴 하지만 여전히 밖은 어둡다. 그러나 더 춥고, 더 긴 밤을 뚫고도 지난 겨우내 이른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과 당진을 오르내린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단잠에 빠져있을 그 시간에, 노고를 알아주는 이 없어도 묵묵히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매일 서울행
충남도계 및 당진땅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김종식·박영규·임종억·최근석, 이하 대책위)가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종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1인 시위 참가자는 6시 버스를 타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안국역까지 간다.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헌법재판소가 자리해 있다. 8시30분 전에 인근 식당에 맡겨 둔 피켓을 들고 헌재 정문 앞에 선다. 최근 뉴스 속에서 화제가 된 무궁화 9개(헌법재판관 9명을 상징)가 새겨진 바로 그 건물이다.

이미 정문 앞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돼 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헌법재판소 앞 경비는 더욱 삼엄했다. 20대 초반의 앳돼 보이는 의경들이 정문 양측에 2열 종대로 서 있고, 이따금씩 상관의 무전 소리가 들렸다.

지난한 도계분쟁 그 끝은?
비교적 한산했던 길거리가 8시40분이 넘어서면서 출근하는 사람들로 발걸음이 잦아진다. 헌법재판소 직원들은 물론이고, 종로 일대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오며 가며 들고 있는 피켓을 한 번씩 쳐다본다. 

“우리는 2004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의 기속력을 믿고 존중합니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정의로운 판결로 당진시민의 권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2004년, 경기도 평택시와 충청남도 당진시의 경계를 표시하는 서해대교 도로표지판 설치로 시작된 첫 도계분쟁 당시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해상경계를 인정하며, 당진시의 손을 들어줬다.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두 번째 도계분쟁이 일고 있는 이번에도 역시 헌법재판소가 당시 판결의 기속력을 존중해 기존의 해상경계를 지켜달라는 부탁이다. ‘시위’ 치고는 참 점잖은 표현이다.

지역에 대한 배경적 지식이 없으면, 이 앞을 지나는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일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 이따금씩 함께 서있는 경찰과 경비에게 어떤 사안인지 설명하기도 하지만,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은 오로지 헌법재판관들이 간절한 당진시민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재판관들 당진시민 마음 알아주길”
시계바늘이 9시를 향해 가면서 검은색 고급승용차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차다. 이 차들이 들어오면 더 간절한 눈빛으로 검게 선팅된 차창을 바라본다. 정문을 지나는 헌법재판관들이 한 번이라도 쳐다봐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매일같이 1인 시위를 이어오면서 헌법재판관들이 이들의 피켓시위를 보지 않았을 리 없다. 이날 피켓시위에 참여한 김종식 공동위원장은 “이미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판결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를 스스로 번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진시가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권한 침탈에 대한 지방자치법 위헌 심판청구’ 소송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9시40분 경 출근시간이 지나 다시금 거리가 한산해 지는 것을 느끼고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한 피켓시위를 접었다.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피켓시위를 이어갈 다음 주자를 위해 인근 식당에 피켓을 맡기고, 설렁탕 한 그릇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당진에 도착하니 정오가 넘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판결이 나올 때까지 헌법재판소를 향한 당진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재판이 길어지면서 처음보다 동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대책위원들의 헌신으로 피켓시위가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선출직 공직자 등 지역의 정치지도자들이 내 땅을 빼앗긴 심정으로, 도계분쟁 피켓시위와 촛불집회에 반드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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