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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있는 인터뷰 송산농협 한윤숙 조합원(송산면 부곡리)
침묵의 카르텔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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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선거 금품수수 의혹 관련 공식 문제제기
선거 관련 불신·불만 농민들 인내의 한계 넘어서
협동조합 주인은 조합원…진정한 협동조합 되길

“욕은 저희가 먹을 테니, 금품선거 고리를 끊어주세요.”
지난 3월 있었던 송산농협 이사 선거에서 일부 후보자들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를 세상 밖으로 알린 송산농협 조합원 한윤숙 씨(송산면 부곡리·49세)를 만났다.

한 씨는 금품살포와 관련한 내용을 제보 받고, 관련 증거들을 모아 지난 4월 남편 박성우(송산농협 대의원) 씨와 함께 송산농협 본점 및 유곡지점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문제가 일자 당시 이사들은 한 씨 부부와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갖고 “금번 이사 선거에서 일부 금품선거가 있었던 점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공명선거(금품선거·흑색선전 등 부정선거)를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용이 명시된 문서에 자필로 사인까지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4월 16일까지 전 조합원에게 통지할 것을 확인한다”고 덧붙여져 있다.

그러나 이사들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조합원들의 주소를 받을 수 없다”면서 조합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곧이어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는 전면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고 오히려 지역사회에서는 문제를 제기한 ‘내부고발자’ 한 씨 부부에 대한 악의적 소문이 돌았다. “선거에서 돈을 못 받아서 앙심을 품고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농협 관련 선거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얘기는 공공연하게 회자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같은 내용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은 거의 없었다. 좁은 지역사회라는 이유로, 오랜 시간 봐온 이웃사촌이라는 이유로, 원래 관행이 그랬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람들은 알아도 모르는 척 외면해왔다. 그러나 한윤숙 씨 부부는 더 이상 농협 관련 선거가 이렇게 진행되서는 안 된다며 견고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게 됐나?
지난 3월 농협 이사 선거에서 금품이 오간다는 사실이 관행처럼 돼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제보를 받았다. 그리고 증거와 정황들을 모아 1인 시위를 하기까지 아무런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농민들은 이미 이사 선거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피켓시위 직후 당시에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었다. 이유는?
피켓시위를 시작한 뒤 선거에서 당선한 이사들과 만나는 자리가 마련됐다. 당시 이사들은 금품선거를 인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서명했다. 그래서 우리도 피켓시위를 접고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언론과 접촉하거나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언론에 제보하며 공개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우리가 뜻하지 않게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대의원들과 이사들이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 부부와 얘기할 때 금품살포 사실을 인정했던 이사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고 들었다. 게다가 조합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알리기로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다. 우리는 애당초 이사들이 법적 처벌을 받게 할 목적이 아니었다. 단지 이 사안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약속하길 바랄 뿐이었는데, 농협 개혁은 흐지부지 되고, 청산돼야 할 적폐가 오히려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당당히 나서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돈을 못 받아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너무나 억울하다. 작은 지역사회 건, 대한민국에서는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은 늘 이렇게 당하는 것인가 싶다.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다.

문제를 공론화 하기까지 힘들었을 텐데.
물론 그렇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가 좁기 때문에 늘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인데 불편하다. 그리고 농협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고, 지역의 혼란을 야기했다는 화살이 우리 부부에게 돌아오고 있다. 농협에 가도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문제를 제기하는 건 농협이 새롭게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보다, 조합원과 조합 전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농협 이사 보궐선거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이 사건으로 인해 3명의 이사가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고, 나에게 직접 “금품선거를 했다”고 고백한 이사 등 몇몇은 아직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지난주 검찰에 이사들이 서명했던 문서를 제출했다. 만약 검찰 조사를 통해 이들의 혐의가 밝혀지면, 또 다시 보궐선거를 해야 하는데, 그 추가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이렇게 또 비용이 발생될 경우 조합장은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비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농협 개혁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산농협은 대의원 60명 만의 농협이 아니다. 이사 8명 만의 농협은 더더욱 아니다. 1500여 명의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다. 조합원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기득권자들과 이기주의자들이 농협을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인간의 삶의 근간인 농촌이, 그리고 농민들이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기 위해서는 농협이 바로 서야 한다. 비온 뒤 땅이 굳듯 송산 농민들의 절망이 행복으로 바뀌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송산농협 이사 보궐선거 하기로
송산농협 이사 선거 금품살포 논란과 관련해 이사 8명 중 3명이 자진사퇴했다. 농협에서는 오는 21일 이사직 공백이 생긴 것에 대해 보궐선거를 진행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출키로 했다. 후보자 등록은 오는 11일부터 12일까지이며, 투표권은 대의원들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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