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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가족
2005년 09월 16일 () 09:04:00 webmaster@mjmedi.com
   
 
분단의 아픔을 웃음과 감동으로 승화

최근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700만명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1999년 <쉬리> 이후 한국 영화에 나타난 북한의 모습이 불과 십 여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었다. 그로인해 모든 영상물에 등장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소위 전형적인 악역의 이미지였고, 심지어 필자가 즐겨봤던 <똘이장군>이라는 만화영화에서는 사람도 아닌 늑대로 표현되기도 했다. 또한 반공 전시관 등에는 김일성이 사람들을 주스기에 넣고 갈아 피를 마시는 섬뜩한 그림이 걸려 있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 김대중 정권의 ‘햇볕 정책’이 실시되고, 우리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만나고, 50년 이상 헤어져 살던 남북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금강산도 갈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단순히 북한은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 사는 곳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21세기 한국 영화에서 남북한은 자연스럽게 남북한의 남녀가 사랑을 하거나 희화화된 대상, 또는 똑같이 전쟁의 피해자라는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게 되었다.

이처럼 <간 큰 가족>도 바로 이데올로기적인 남북한의 모습이 아닌 하나의 가족이라는 명제로 변화된 남북한의 모습을 그린다. 물론 북한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가족들의 연기에 의해서 촌스러운 복장이나 헤어스타일로 한마디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되지만 결코 <간 큰 가족>은 단순히 웃고 넘겨 버리는 오락적인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면서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산가족들의 분단의 아픔을 현대 사회에서 점차 희석화가 되어가는 ‘가족’이라는 명제 속에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병폐를 떠안은 가족은 아버지의 유산을 받기 위해 거짓 통일 자작극을 벌이지만 점진적으로 커져만 가는 그들의 간 큰 행동은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장치로 변화된다. 그로 인해 가족들간의 화합이 이루어지게 되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면을 위해 실제 북한 금강산에서 촬영을 하기도 한 <간 큰 가족>은 감우성의 망가지는 연기가 돋보이며 김수로, 신이, 성지루 등의 코믹 전문 배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와 신구, 김수미 같은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잘 섞어지면서 자연스러운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 낸다. 최근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영화들과 달리 약간 호흡이 길고, 어설퍼 보이는 화면 구성들이 보이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더 이상 남북한이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분단의 아픔을 동시에 느끼는 한민족, 하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이에 상관없이 온 가족이 즐거우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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