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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현 / 한우리독서문화원장
다른 생명의 아픔을 느끼지 못할까봐

여러날째 비가 오락가락 합니다. 그 사이 푸르름은 한결 더해졌구요. 늘 좋은 나날이지요.
어디론가 떠난다고 생각하면 마냥 들뜨게 되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더군요. 새벽에 출발해서 하루만에 다녀오는 강행군이지만 일년에 한번 이맘때가 되면 지리산 나들이를 하곤 했지요. 그곳에 계신 소중한 인연을 찾아 뵙기 위해서지요.
모처럼의 여행을 이런저런 구실을 들어 가로막는 남편이 야속했지만 싸우기는 싫었어요. 포기든 항복이든 편치않은 심사로 더불어 사는 괴로움(?)에 대해 생각했지요. 심통이 난들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꿎은 이불빨래만 했지요.
앞뒤 베란다로 빨래를 즐비하게 널어 놓고 아파트 광장을 내려다보며 망중한에 빠져봅니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아우성이 살갑게 느껴집니다. 현충일이지요. 건너다 보이는 아파트에 드문드문 걸린 태극기를 보고서야 서둘러 조기로 다는 것을 잊지않고 내걸었습니다. 제 무심함이 부끄럽더군요.
함께사는 이웃들이 자기 분야에서 제몫을 톡특히 하고 계신 훌륭한 분들이라 은근한 자랑으로 여기고 있지요. 그렇지만 오늘은 우리동네가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더이상 자랑스럽지도 않구요.
녹색운동을 하는 어느 분이 쓰신 글을 전할께요.
「컴퓨터로 대표되는 현대의 편리함이 과연 인류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느냐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열대림의 훼손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라든지,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다 잊어버린다. 그냥 재미있고 신비로운 기계의 세계가 펼쳐질 뿐이다.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모든 감각과 느낌을 잊어버릴까 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생명의 아픔을 느끼지 못할까 봐 겁이 나는 것이다. 그런 것들까지 잊고 산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태화님의 밀림에서 온 편지 가운데-
투철한 국가관이, 애국이 뭔지도 모르는 제가 산업화로 치닫으면서 분열되어가는 공동체가 보이는 듯해서 전해본 소식입니다.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을 만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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