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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가업을 잇는 사람들
삼대한의원 한기선 원장
아버지부터 대 이은 삼대(三代)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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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읍내동에서 삼대한의원 운영
“실력 있는 의료기관으로 기억되길 바라”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 그리고 다시 아들에게로 이어진 피는 진했다. 읍내동에서 삼대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기선 원장은 그의 조부와 부친에 이어 의술을 펼치고 있다. 

 

조부에서 시작해 선친에게로

삼대한의원은 한기선 원장의 할아버지 故 한경남 씨부터 시작됐다. 조부 한 씨는 당시 홍성·예산·서산·당진 등 서해안 지역을 다니던 한 의생에게서 한의학을 공부했다. 의생이 잠들면 그의 보따리에서 책을 꺼내 필사하며 공부했단다. 당시에는 스승이 제자를 곁에 두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던 터라 의생 밑에서 스승을 도와 함께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고.  

조부의 의술은 한 원장의 아버지에게로 전해졌다. 한 원장의 선친인 故 한창우 씨는 지금의 경희대 한의대 전신인 동양한의대를 졸업하고 지금의 삼대한의원 자리에 창덕한의원을 개원했다.

 

운명으로 이은 가업

가업이 된 한의원을 삼대 째 이어가고 있는 한기선 원장은 창덕한의원 옆에 자리한 살림집에서 태어났다. 읍내리에서 태어난 그는 12살 때까지 당진에서 컸다. 이후 초등학교 5학년 때 상경해, 서울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어릴 적 한 원장은 한의사를 꿈꾸지 않았다. 오히려 공부에 뜻이 없어 성동기계공고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조부와 선친의 피가 흘렀다.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방학 때면 당진에 내려와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한의학과 가까워졌어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한의사가 되고 싶었고, 한의대 진학을 결심했어요. 결국 재수 끝에 한의대에 입학하며 한의사가 됐어요.”

 

삼대(三代) 째 한의사

조부에서 부친, 부친에서 그로 이어진 한의사의 피는 가업을 지키면서도 각자의 특성을 살려냈다. 한 원장은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맥을 잘 짚는다고 이야기했다”며 “언젠가는 환자와 함께 온 사람이 할아버지의 진맥을 보고, 자기도 봐달라 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진맥을 위주로 했던 조부와 달리 그의 부친은 진찰을 위주로 환자를 살폈다. 또한 침을 놓기보다는 약 처방을 통해 병을 다스리고자 했다. 부친은 화병과 소화기계 질환에 밝았고 그런 아버지를 이어 한 원장은 대학원과 병원 수련의 과정에서 소화기계 내과를 전공했다. 

 

창덕한의원 이은 삼대한의원 

동국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동국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시작했다. 3년간의 수련의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개인 한의원을 개업해 운영하다 2년 후 고향 당진으로 내려올 결심을 했다.

“아버지는 당진으로 내려오겠다는 저를 말렸어요.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서울에서 성공하기를 바라잖아요. 아버지도 같은 마음이셨겠죠. 하지만 지역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진료를 받고 저는 그 사람들의 진료비로 학교를 다니고 한의사가 됐어요. 이제는 제가 지역사람들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당진으로 내려와 아버지와 함께 한의원을 운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 원장의 아버지는 새 한의원 개업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 한 원장은 “아버지가 새 병원에서 진료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워 했다. 

아버지와 함께 준비했던 한의원은 한 원장 혼자 남아 문을 열었다. 그게 지금의 삼대한의원의 시작이다. 혼자 한의원을 꾸려가면서 그는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 원장은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때 환자에 대한 처방이 막힐 때면 아버지에게 전화해 도움을 받곤 했다”며 “아버지 말에 따라 처방하면 환자의 병이 곧잘 낫곤 해서 든든했다”고 말했다. 버팀목이 되어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는 묵묵히 혼자서 한의사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일궈왔다. 

 

‘삼대’라는 이름의 무게

든든한 울타리였던 아버지는 이제 이 땅에 없지만 아버지의 가르침은 한기선 원장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선친의 창덕한의원이 삼대한의원으로 이어졌고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삼대한의원을 다녀갔다. 환자들도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 원장은 “종종 환자들이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에게 진료받았던 적이 있다고 말한다”며 “환자에게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고 전했다. 이어 “삼대라는 이름을 짓고 많이 부담이 됐다”며 “여전히 그 이름에 무게를 느끼며 환자들을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눈 밝을 때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말처럼 여전히 공부하는 한의사다. 그의 책장에는 한의학 관련 서적과 자료들이 가득하고, 요즘도 2~3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는 한 원장은 지역에서 삼대한의원이 실력 있는 의료기관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리하셨던 것처럼,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한의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실력 있는 의료기관으로, 의술 좋은 한의원으로 남길 바랍니다.”


>> 한기선 원장은

-1964년 읍내리 출생
-재동초, 중앙중, 성동기계공고 졸업
-1989년 동국대 한의학과 졸업
-동국대 부속 한방병원에서 수련의 수료
-현 삼대한의원 원장
박경미 기자 pkm94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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