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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2006년 01월 06일 () 19:02:00 webmaster@mjmedi.com
   
 
힘들었던 기억은 지우고, 새출발 합시다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05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2006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5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어쩌면 <맨 인 블랙>에 나오는 기계처럼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을런지 모른다. 특히 연말에 발생했던 사건으로 인해 주변에서는 뉴스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정도로 우리는 이미 불신의 사회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2006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이러한 기억들은 다 잊어야 한다. 항상 새로운 시작 앞에서는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따위는 빨리 잊는 것이 상책이니까. 그러나 이러한 기억들일수록 머리 속에 오랫동안 남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은 왜일까? 오히려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은 쉽게 잊으면서 말이다. 만약 정말 가슴 아픈 기억들은 과감히 삭제해 버리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할 수 있도록 내 맘대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발렌타인 데이 아침, 소심한 남자 조엘(짐 캐리)은 출근길에 회사 대신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게 되고 그 곳에서 우연히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은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또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다른 성격에 끌려 사귀게 된다. 하지만 서로에게 이끌리게 했던 그 성격 때문에 그 둘은 점점 지쳐가고, 결국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 후,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사과를 하러 찾아가지만 클레멘타인은 마치 조엘을 처음 본 사람처럼 냉담하게 대한다. 클레멘타인은 상처받은 기억만 지워준다는 라쿠나 사에서 자신과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린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조엘은 절망에 빠져 자신 역시 그녀에 관한 모든 기억을 지우기 위해 라쿠나를 찾게 된다.

이 영화는 매우 독특하다. 기존의 멜로드라마처럼 두 사람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아픈 또 다른 면을 들춰내면서 환상보다는 현실감 있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을 이끌어 나가는 힘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SF적인 요소를 적용하면서 관객들을 초현실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가슴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머리 속 상상들을 현실적인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조화시켜냈다는 것은 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만드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터널 선샤인>은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등의 각본을 통해 독특한 영화세계를 보여주며 천재 시나리오작가로 일컬어지는 찰리 카우프만과 CF 감독 출신인 미셀 공드리의 공동 각본으로 2005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탄탄한 스토리를 갖춘 작품이다. 또한 코미디 배우로만 각인되어 있던 짐 캐리의 농익은 연기에 감탄을 하며 볼 수 있는 영화로, 아무리 사랑의 기억을 지운다고 한들 사랑에 대한 첫 느낌과 설레임까지 지울 수 있는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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