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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1.02.26 00:00
  • 호수 359

노무현, “당진항 지정은 가능하다고 보며 관리방안을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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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명칭 문제와 항만관리 문제를 분리하자

인·터·뷰
노 무 현 해양수산부장관

“당진항 지정은 가능하다고 보며 관리방안을 검토하겠다”

한달여만의 교섭 끝에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과의 인터뷰가 성사된 것은 2월19일. 노 장관은 장관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진항의 명칭개칭 문제와 항만 관리운영 문제를 나누어 검토할 때 당진항 지정은 가능하다고 보며 항만을 어떤 시스템으로 관리할 것인지는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노 장관은 행정자치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해상항계 설정에 대해서도 “해수부의 입장은 경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수부 주관 아래 행자부에 문제를 제기하여 올해의 과업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장관의 이같은 답변은 지난 9일 해양수산부를 방문한 당진항 추진위원회에게 ‘당진항의 분리 지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것에서 급진전된 것으로 사실상 당진항의 이름과 항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장관의 의지가 가닥이 잡혔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항만관리를 어떤 시스템 아래에서 할 지는 독립관리, 인천항 관리, 대산항 관리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가능성과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검토해 보자고 말했다.


항만명칭 문제와 항만관리 문제를 분리하자

노무현 장관은 이날, 예정된 시간인 오후 2시30분을 조금 지난 뒤 면담을 시작해 예정시간을 약 30분 경과해 한시간 가량을 우리에게 내주었다. 우리 일행은 항만에 관한 세부적인 이야기가 나올 경우를 감안해 동행한 이병성 전 당진해운 상무(당진항 추진위 전문위원)와 본지 객원 사진기자 김형태씨 등 세사람이었다.
노 장관은 바쁘게 들어와 자리에 앉자마자 해양수산부 항만국 윤병구 항만정책과장과 두명의 사무관을 장관실로 불러 들였다.
노 장관은 <항만명칭>의 문제와 <항만관리>의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분리해 검토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이들 사무관들과 번갈아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 ‘항만을 분리하면 인력관리, 조직관리 등에 변화 조정이 수반되기 때문에 부정적이다’라고 당진항 문제 전체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사무관들은 노 장관이 명쾌하고 짧게 두가지 문제를 분리·검토할 수 있느냐고 거듭해서 묻자 결국 두개의 문제를 별도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첫번째 결론을 맺었다.

항만명칭 개칭은 고려할 수 있다

일단 두가지 문제를 따로 검토하기로 사무관들의 합의를 끌어낸 노장관은 먼저 <항만명칭>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하나의 항만에 연계된 두 자치단체의 이름을 통합해 사용하거나 통합해 다른 하나의 명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고 사무관들에게 물었다.
윤병구 과장은 미국의 뉴욕, 뉴저지항과 LA, LB항의 예를 들며 동일항로를 사용하는 인접한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항만관리법인을 설립, 항만을 운영하며 이름 또한 통합해 불리는 경우가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런데 이 두가지 경우 모두 각 항구가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군산항과 장항항’처럼 동일한 만, 동일항로 안에 있으면서 별도의 항계와 각각의 항만이름을 갖되 운영은 하나의 주요항구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있으며 ‘여수항과 광양항’처럼 항만명칭만 구분해 사용하고 항계, 항로는 공동으로 사용하며 운영을 주요항만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담당 사무관은 “명칭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으며 특히 같이 공유하는 경우는 명칭개정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그럴 경우 하나의 만에 위치한 두 항만을 대외적인 공문등에서 통칭해야 할 경우 어려움이 없을까” 우려하기도 했으나 “부산항의 경우처럼 항구이름 자체가 이미 브랜드화 한 경우는 ‘부산경남항’ 등으로 개칭하는 게 문제겠지만 평택과 당진의 경우는 부산의 경우와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다의 경계선은 있어야 한다

“만(灣)에 대한 행정적 경게는 어떻게 되는가”
노 장관은 실무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질문이 아산만에 들어있는 평택시와 당진군,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해상경계를 염두에 두고 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방자치법 제4조에는 만에 대한 구역과 명칭을 법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며 소관부서는 행정자치부이지만 논의가 정체되어 있다고 실무자가 답했다.
노 장관은 이에 대해 “우리 해수부의 입장은 어로권 문제 등 해상경계가 있는 것을 전제로 하며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그럴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요즘에 와서는 더욱 필요해졌다. 행자부에 문제제기를 해서라도 우리 해수부가 주관해서 항계구획을 중요한 과업으로 삼겠다”고 대단히 전향적인 주장을 폈다.
노 장관의 이러한 지시는 당진항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무자의 의견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경계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 경계선을 긋는 단계까지는 많은 시간과 세부적인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자치단체간에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권한도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 항만관리 참여, 올 상반기에 시작된다

노 장관은 이 시점에서 항만 관리운영권이 점차적으로 자치단체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기자단에게 강조했다.
“항만은 점차적으로 국가관리에서 항만공사 관리 체제로 넘어가게 되는데 공사에 대한 관리운영권이 자치단체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지자체가 관리하더라도 공동으로 하나의 관리청(지방항만관리공사)을 만들어서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장관은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금년 상반기 인천항과 부산항을 시작으로 자치단체의 항만관리 참여가 현실화된다는 것이다. 참여비율은 4 : 4 : 3 (국가 : 자치단체 : 사용자)이라고 한다.
요원하게만 느껴졌던 자치단체의 항만관리 참여가 올 상반기 중에 현실화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빠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자치단체와 항만의 동반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항만의 적정한 개발과 관리를 자치단체에 맡기면서 역으로 자치단체의 재정자립에도 항만이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 장관은 그 외에도 항만관리의 통합화 추세에 대해서도 상당히 강조를 했다. “항만은 통합운영 체계에 와 있는데 전자식 정보화 관리로 관리 집중성이 높다”고 강조하며 ‘일원화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장관의 이러한 언급들은 당진항이 지정되더라도 독립된 관리체계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대해 사전에 쐐기를 박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항만개발이 더이상 정부의 완전한 주도 아래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정부 청사에 찾아와 떼쓰는’ 대신 이제는 자치단체의 주체적인 개발계획과 의지, 능력을 갖춰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항만개발은 어렵다는 충고로 들리기도 한다.

당진항 관리방안 네가지를 검토하라

아니나 다를까. 노 장관은 바로 당진항의 명칭에 이은 두번째 의제 <항만관리>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실무자들이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가운데 노 장관은 “오늘 이 시간부터 당진항 지정을 항만명칭과 항만관리, 두가지 개념으로 분리하자. 그리고 앞으로 관리방안을 검토하는 일에 들어가자”고 실무자들을 압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 장관은 당진항 관리의 네가지 방안을 제시하며 각각의 경우 가능성과 예상되는 문제점을 분석하라고 지시했다.
노장관이 제시한 네가지 방안은 1)항만을 분리하고 관리를 독립시키는 방안 2)항만을 분리하고 대산지역항만청으로 편입시키는 방안 3)항만을 분리하되 관리는 현행대로 인천청에 편입시키는 방안 4)모든 것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나는 당진의 상황과 피해에 대해 들은 적 없다

그러나 이때까지 기자가 묻기도 잔에 적극적으로 의제를 찾아 검토지시를 내리던 노 장관은 “평택항 당진측 부두의 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당진의 입주기업과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기자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몹시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노 장관은 “평택항 개발 이후 당진항의 실정과 당진의 피해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전혀 들은 바가 없으며 때문에 알지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장관의 예기치 못한 노여움에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 장관의 얘기와 대담 후 실무자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이러했다.
지금까지 당진군과 군의회 등에서 올라온 건의서를 통해 해수부가 알 수 있었던 것은 항만운영의 이원화로 절차가 복잡하다는 등의 절차문제와 지역정서에 관한 것들 뿐이었다는 것이다. 당진군에서 올라온 어떤 자료를 보더라도 ‘개발’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치단체의 수장인 군수와 군의회의장이 해수부를 방문했을 때조차도 ‘평택항 개발과 당진항 미지정으로 어떤 피해가 있으며 분리지정 후 지역에 어떤 경제적인 실리가 있겠느냐’는 노 장관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때도 여전히 예의 그 논리만 반복해서 주장하다 돌아갔다는 것이다.
노무현 장관은 ‘때문에 자신은 이 문제의 성격을 지역정서, 지역감정의 문제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당초에는 검토의 대상으로 생각지도 않았었다’고 실토했다.
이래서 당진항 미개발의 실상과 갯벌매립으로 반실업상태에 놓인 주민들의 처지를 전해듣지 못한 노 장관은 그 자신 영호남의 극악한 지역감정을 겪은 데다 국가발전의 최고악으로 여기는 ‘지역감정’을 축으로 해서 국가계획을 변경 입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 ‘지역감정’을 이유로 당진항 지정을 검토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노 장관이 갯벌보존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지역분열에 빠진 ‘새만금’의 예를 들어 당진을 이해하려 한 것만 보아도 노 장관은 갯벌이 깡그리 사라져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진의 실정을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직 장관의 책임이 아닌 것은 정치를 안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노 장관의 생각은 아주 최근에야 긍정적인 검토로 돌아선 듯했다.

당진항 ‘개발’은 자치단체가 나설 일이다

이 자리에서 ‘개발’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노 장관이 불편한 반응을 보인 또 한가지 이유는 이것이 자치단체가 주체가 되어서 나설 일이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당진항 문제와 관련해서 개발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항만개발은 지자체의 개발계획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문제는 자치단체가 할 일이다. 자치단체에서 개발계획을 짜서 올리면 검토할 것이다.”
자치단체에서 한번도 제기한 적이 없다는 개발문제를 일개 지역신문의 기자가 ‘주민들의 의견’이라는 거창한 토를 달아 제기한 것이 얼마나 맹랑해 보였을까.
그러나 노 장관이 지금까지 당진의 개발문제를 일부러 도외시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개발에 대한 새삼스러운 문제제기에 불편해 하면서도 노 장관은 우리가 2001년 완성예정인 ‘당진군 종합개발계획도’를 내보이며 해안에 접해있는 당진의 면적과 갯벌매립의 규모, 공단조성 계획 등을 설명하자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대담 중에도, 대담을 마친 뒤에도 ‘당진항 지정이 적극적으로 검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는 미처 하지 못했다. 돌아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날 실무자들 앞에서 그토록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지시를 내린 노 장관의 결단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며 만일 이날을 계기로 어느날 당진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고 할 때 우리는 ‘제1보’를 내디딘 셈이 되는 것이다.

자치단체에 대해, 지도자들에 대해 단정하지 말라는 노 장관

그런데도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노 장관이 당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잘 알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그랬더라도 노 장관은 당진항 문제를 지금까지 미뤄놨을까 하는 답답함 때문이었다.
노 장관은 주민들의 주장만 옳다고 단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치단체와 지도자들이 나름대로 지역에 대한 분석과 개발방향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의견이 다른 것일 수도 있으므로 단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러기를 바란다. 부디. 자치단체와 정치지도자들이 당진항 문제에 대해 그동안 이토록 열의가 없고 중구난방이며 오로지 그 공을 차지하려고 할 뿐 제대로 알지도, 알려고도, 전달하지도 못했던 것이, 부디 숨겨놓은 다른 큰 비전과 개발계획이 있기 때문이기를 바란다. 주민들을 깜짝쇼로 즐겁게 해주기 위해 그것을 아직 공개하지 않는 것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럴까. 우리 지도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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