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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6.28 00:00
  • 호수 280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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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옛집들을 왜 허는가!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8 - 우리의 옛집들을 왜 허는가!

나는 조금만 틈이 나면 서울의 인사동엘 간다. 그 곳에는 고물도 많고 글씨, 그림도 길바닥에 넘치며 나의 소중한 단골분들이 있다. 옛날 그림, 글씨 및 한학에 안목을 두루 갖춘 '정미면' 출신 정현호(무연)씨가 있고, 도자기 분야에서 넓은 터를 잡고 있는 인사당 김기찬 사장님도 있다. 그분은 송산 금암리 출신이다. 이 세상에 안계신 내 아버님께서 「옛날 글씨난 그림은 품격이 있는 우리민족의 아주 빼어난 정신문화에 속하는 우리 알맹이의 모습이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꼭 배우고 안목을 익혀서 가까이 하면 좋다 그러나 도자기류는 너무 값이 비싸고 아름다워서 함부로 그 분야에 정신을 빼앗기면 노름꿈처럼 논 밭은 물론이고 아내. 자식까지 팔아 먹을 수 있다」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물론 비약된 말이리라. 그래서 이번에도 '인사당'에 가서는 도자기를 똑바로 보지 않고 슬쩍슬쩍 곁눈질을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인사를 하면서 명함을 주고 받았는데 명함에 눈이 번쩍했다. 옛날 집을 헐고 짓고 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다. 슬쩍 손을 보았다. 악마디가 진손인데 손가락 다섯 개 중에 검지 손가락이 약한 짧고 가운데 긴손가락은 뭉턱 짤려져 있었다. 이건 진짜구나 하면서 "요새 사업은 잘됩니까" 이 사업은 경기와는 상관이 없다며 오늘도 아까운 재목의 집이 헐려서 쓰레기가 되는 꼴을 보고 왔다면서 자기 발끝을 내려다 본다. 물론 어깨도 축 처져 있다. "돈 있는 사람이 우리 옛집을 사랑해주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은 생각이 미치지 못해서 북유럽식 집을 짓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알짜 생각은 있는데 손에 틀켜쥔 게 없어서 헐릴 집 근처만 얼릉대다 그 집에 세들어 쪽문내고 장사하는 구멍가게에서 술만 취하는 그런 사람들을 보다보니 별로 삵도 싶은 생각이 없고 짤려나간 손가락만 쿡쿡 쑤셔옵니다." 우리는 물질만 넘치는 문명국밖에 될 수 없는가 보다. 요사이 인문학 강의는 폐강을 하고 자연과학은 돈버는 맛에 학생이 넘치게 만든 우리들. 언제쯤 돈을 바로 벌고 쓰는 것을 공부하는 인문학 학생들이 넘치게 될까. 문화국가는 꿈도 꿀 수 없는가. 자꾸 땅 바닥이 깊었다. 얕았다. 하며 인사동 좁은 길을 헛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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