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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8.23 00:00
  • 호수 285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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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속내평을 보여주는 섬세함-눈썹반자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10 - 여인의 속내평을 보여주는 섬세함-눈썹반자

우리말에는 눈썹이 들어간 말이 많다. 그 말의 속뜻은 아주 작다. 이쁘다. 깜찍하다 등의 속말을 품고 있다. 그 맛있는 말 땜에 우리는 새콜달콤함을 느끼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우리 건축과의 관계를 얼러 맞추어 보았다. "눈썹반자"라는 반자가 있다. 반자에는 "연등반자, 우물반자, 소란반자" 등의 그 기법이 있다, 연등반자는 천장을 올려다 보면 서까레, 대들보, 도리 등이 훤히 보이는 반자를 이른다. 즉, 아무짓도 안한 반자다. 이 반자는 집 짜는 기술이 좋을수록 곱게 짜여져서 여인의 속내평을 보는 듯한 셈세함과 설레임을 보여주어 우리 장인의 손맛을 돋뵈게 해준다. 눈썹반자는 아무곳에서 난 볼 수 가 없다. 집을 기가 믹하게 짜는 목수는 눈썹반자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투른 목수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선자연(扇子椽;모서리 지붕 추녀 좌우로 부채살처럼 퍼지는 서까래)을 짤 수가 없어 그의 어설픈 선자연 솜씨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 부친 눈속임(?)짓이 눈썹반자다. 이를 보려고 이쁜 집이라고 소문난 윤증(1629~1714)선생댁을 찾아 나섰다. 같이 가자고 사진꾼들을 모으니 모두 신바람들이 났다. 언제나 옛집은 안팎이 아름답다. 바고 집앞에는 돌틈에서 얼음장같은 물이 절절 흐르고 샘구텡이 목밸일홍도 좋다. "눈썹반자가 있다면서요?" 집주인 할머님 가신히 나를 올려보며 "뭐? 눈썹달은 알어두 눈썹반자는 처음여." 자세히 설명을 한다. "그럼 일루 와 봐." 쪽마루앞에 서서 "저건 감." 따라서 본 추녀 안에는 선자연이 곱게 짜여져 있었다. '口'부분에 짜붙여 놓아야 할 반자는 없고 선자연의 깔끔함만 보인다. 아주 고급스런 솜씨다. 바고 옆에 짜놓은 우물반자를 보고 할머님이 착각을 하신 것이다. 「뛰진 못해도 굴르는 재조는 있다」 라는 말이 있다. 헛소문 난 목수가 집은 지어야 하고 재주는 서툴고 헐 수 없이 굴르는 재조를 피워놓은 기술이 우리들 집 곳곳에 숨어 있을 것 같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깜찍하고 이쁜 눈속임 재주를 펼치고 넘치면 넘치는구나 깨닫고 일부러 서툰 재주짓을 하면서 살아온 우리들이다. 부족함과 넘치는 것을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넉넉함과 바보스러움을 그들의 맘속에 묻었던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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