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인물
  • 입력 2020.08.14 19:16
  • 호수 1319

[세상사는 이야기]
뇌염으로 생사의 문턱에서 다시 일어선 최애경 작가(56세)
“다시 희망을 그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9월 쓰러져 혼수상태…뇌염 진단
“그림 속 이야기,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어디 한 번 아픈 적 없던 최애경(56) 작가가 어느 날 쓰러졌다. 그대로 의식을 잃은 그를 두고 의사는 “깨어날 확률이 30% 뿐”이라고 말했다. 깨어나더라도 후유증으로 이전과 같은 삶은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병명도 찾지 못한 채 중환자실을 오가며 두 달 동안 사경을 헤맸다. 가족의 염원이 닿았을까. 죽음의 문턱 앞에 선 그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생과 사의 문턱을 넘으면서 끝내 놓을 수 없었던 것이 ‘그림’이었음을 깨달은 그는 다시 붓을 잡았다. 그가 다시 일어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강사로 활동하며 전시까지
최애경 작가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자랐다. 성균관대학교 사범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고양시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남편(김석붕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의 고향인 당진에 정착한 그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평생교육 강사로 배달강좌와 방과후수업 등을 맡아 진행했다. 활발히 전시 활동에도 나섰다. 지난 2014년 힐링카페에서 첫 전시를 개최했다. 낮에는 강의를, 밤에는 그림을 그리며 매일 매일 바쁘게 지냈다.

갑자기 찾아온 삶의 그림자
하지만 그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온 것은 한순간이었다. 지난해 9월 두통과 고열이 나 감기인 줄만 알고 감기약을 먹으며 버텼던 그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새벽에 병원으로 실려 간 그는 병원에서도 감기라고 진단을 받고 해열제만 처방받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또다시 쓰러졌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다음날 새벽,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가니 “너무 늦게 왔다”며 쓰러진 지 사흘 만에 뇌염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뇌염은 균이 침투해 뇌에 염증이 생기는 치명적인 병이다. 의식을 되찾을 확률은 고작 30%. 절망 속 희망만 찾을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염원 덕분인지 한 달 만에 그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하지만 원인균 조차 찾지 못했고 병원에서도 그를 특이케이스로 분류했다. 독하다는 항생제를 모조리 처방하고 나서야 균이 사라져 처음 입원한 지 두 달 만에 병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저에게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그동안 아픈 데 없이 정말 건강했거든요. 병에 걸려 쓰러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 투병 중 가족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어요. 퇴원하면서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내가 다시 당신과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몰랐다’고요.”

“진정 소망하는 것, 그림”

지난해 11월 말 투병생활을 마친 그가 집에 돌아왔다. 퇴원과 함께 그는 다시 붓을 잡았다. 최 작가는 “아프고 나서 내가 가장 소망하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며 “바로 그림 그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만 후유증 탓에 이전 솜씨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으로 자신의 그림에 대해 누구보다 높은 기준을 갖고 있던 그에게는 너무도 속상한 일이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그림에 절망하기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린 작품이 <동백>이다. 이 그림은 그에게 다시 희망을 안겨 줬다.

이후 최 작가는 그동안 겪은 아픔들을 화폭에 담아냈다. 복숭아꽃을 그린 작품 <장화홍련>에서는 불안하고 온전하지 않은 그의 상태를 붉은 색으로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생사를 넘나드는 큰 위기를 겪으면서 가족들은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진하게 느꼈다. 그리고 사랑의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최 작가는 부부의 날을 기념해 남편에게 받은 꽃다발을 작품으로 남겨 그 마음을 담아냈다.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을 그리면서 최 작가는 점점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차츰 그림 실력도 돌아왔다. 그는 “잃어버린 감각들을 되찾으면서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돼 감사했다”고 말했다.

다시 희망을 그리며

한편 투병 후 가장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은 바로 ‘생각’이었다. 이전에는 그림의 기법과 기술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그림이 갖고 있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최애경 작가는 “무엇을 그리느냐가 아닌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그림에는 감정과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을 나만의 시각으로 해석해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작품에 생각과 마음을 차곡히 담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해바라기를 그리며 희망을 전하고자 했다. 해바라기는 한자어로 향일화라고 불리는데, 태양의 꽃 또는 황금꽃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최 작가는 이렇게 화폭에 담아낸 그림을 모아 지난 14일까지 다원갤러리(관장 김용남)에서 ‘제4회 최애경 개인전-삶을 소망하다’를 열기도 했다.

“아픔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분들이 용기를 얻길 바라요. 많은 사람이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겠어습니다. 제 그림이 여러분들에게 희망이 되길 소망합니다.”

>> 최애경 작가는
- 1965년 강원도 영월 출생
-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서양화) 졸업
- 힐링카페 초대전, 다원갤러리 초대전,
  청주비엔날레 개인부스전, 카라시회원전,
  인사아트페어 등 다수 전시
- 대한민국수채화대전 수상
- 당진시평생학습 미술 강사,
  조금초방과후 미술강사,
  현대제철문화센터 수채화강사,
  당진2동 미술/수채화 강사
- 미술치료사1급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