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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1.03.19 00:00
  • 호수 362

세계인의 사랑으로 드디어 새 보금자리를… - 버스기사 김기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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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집짓기 운동’으로 내 집 갖는 버스기사 김기봉씨

세계인의 사랑으로 드디어 새 보금자리를…
“500시간 자원봉사하고 15년간 갚으면 돼요”

김기봉(44세)씨에게는 올해 큰 경사가 겹쳤다.
그는 당진, 서산, 태안지역과 서울을 왕래하는 김포공항 리무진버스의 운전기사.
김씨는 요즘 머지않아 갈아타게 될 새 차 생각에 싱글벙글이다. 시내버스에 비해 워낙 차내환경이 좋은 것이 공항리무진이지만 그 중에서도 새 차로 바꿔탄다는 것이 여간 기쁜 게 아니다.
또 있다. 생각만 해도 자꾸 웃음이 나서 운전대를 잡고있는 장갑 낀 하얀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할 지경이다. 그래도 자꾸 웃음이 나는 걸 어쩔 수 없다.
아, 글쎄 내가 이렇게 갑자기 새 집을 갖게 되다니...
어찌 생각하면 그저 기쁘고 어찌 생각하면 아직도 꿈만 같다.
아내가 없는 지난 7년동안 장성해 가는 아들 딸 데리고 조심조심 살아온 나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하루 하루 생활에 금이 가지 않게, 아이들 얼굴에 그늘이 지지 않게 아이들과 팔베고 뒹굴며 애써 근심을 외면해 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버린 아들.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간 착하디 착한 딸. 바쁜 아이들을 도와주지도 못하고 낡은 집 하나 제대로 건사할 새도 없어 늘 미안했었다.
아침 일찍 나오면 한밤중이 되어서야 들어가는 아비. 아비가 되어 아이들에게 튼튼한 벽과 지붕이 얹힌 깨끗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소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큰 선물을 넙죽 받아도 되는 건지...
김씨는 지난달 MBC라디오 ‘여성시대’를 듣다가 ‘사랑의 집짓기’ 국제운동기구에서 각계의 후원과 지원을 받아 새가정 일으키기 차원에서 화합의 마을을 조성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송의 내용은 이 운동의 ‘지미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 본부가 ‘사랑의 집짓기 한국본부 천안 아산지회’가 새집과 새이웃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가정을 위해 아산에 70여세대의 새주택을 조성하며 당진을 비롯한 충남서북부 지역의 가정을 상대로 희망자 신청을 접수한다는 것이었다.
운전중이었던 김씨는 얼른 전화번호를 메모했다가 그리로 연락을 했다. 김씨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대해 소상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 designtimesp=20227>가 인류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살 집을 제공하여 친구가 찾아오고 병마에서 가족을 보호하며 거주문제로 파괴된 가정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세계적인 운동이라는 것. 그리고 이 운동이 미국의 한 부유한 변호사가 재산을 축적해 가던 중 아내로부터 “돈만 추구하는 의미없는 삶을 살 수 없다”는 별거요구를 듣고 충격을 받아 그러한 영적, 가정적 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전재산을 내놓고 가난한 흑인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현재 이운동은 단순히 가난구제가 아니라 진정한 자립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운동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1976년 설립된 이래 전세계 76개국에서 10만채의 주택을 건설해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였고 우리나라에는 1995년에 비영리공익법인으로 설립돼 현재 78채의 주택을 건설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해비타트는 국제적인 기독교 자원봉사단체였다.
해비타트는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건강이 있는 사람은 몸으로, 마음이 있는 사람은 작은 정성으로 자신과 이웃을 돕는 자조운동, 협력운동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할 일이 집짓는 과정에 500시간을 자원봉사하는 것과 입주후 15년간 주택원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정도면 일시불의 부담 없이 아이들 학비 대면서 갚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때부터 살아온 당진읍 시곡리의 구옥은 조립식으로 바꾼 지도 벌써 오래되고 외진 곳에 있어서 이웃들간의 교류도 무난하지 않았었다.
다행히 김씨는 신청자가 많지 않은 당진에서 혼자 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쁨을 얻었다. 지난 3월 1일에는 도지사와 시장, 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화합의 마을’ 기공식에도 다녀왔다.
자신보다 어려운 가정이 너무 많은데도 이런 기회를 얻은 것이 기쁘고 한편 미안했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형편이 좋지 않은데도 잘 자라주는 아이들만 대견하다고 여기고 살았는데... 아들 영호, 딸 선미한테 이젠 아비노릇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주다니...
아무리 고단해도 아이들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난다는 김씨는 오늘도 자꾸 웃음 억누르느라고 애를 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큰아들이 어른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동안 아이들하고 함께 찍은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어요. 새 집으로 이사가는 날 입주기념으로 한 장 찍어둬야겠어요.”
김씨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언제든 집짓기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번없이, 휴일도 없이 날마다 운전대를 잡는 수고를 달게 견디고 있다.

김태숙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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