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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2.04.25 17:38
  • 호수 1402

코로나 시대, 다시 보는 로컬과 스토리텔링
- 당진아트투어를 마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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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현선 논픽션 작가 2022당진아트투어 자문위원

2년 1개월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거리두기’는 감염 예방수칙을 너머 인간과 자연의 공존, 돌봄노동의 가치와 사회화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로컬의 재발견이다. ‘인 서울’을 향한 뿌리 깊은 갈망은 오래도록 지역 간 균형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 자유경쟁과 능력주의로 점철된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로컬은 오래도록 아웃사이더로 여겨졌다.  

그러나 희망은 늘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코로나 이전, 언제 한번이라도 이렇게 지역 뉴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지난 2년 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뉴스는 내가 사는 아파트 혹은 우리 아이의 학교에 확진자가 나왔느냐는 것이었다. 코로나19를 맞아 우리는 집, 일상, 동네를 새로 보게 되었다. 바야흐로 ‘슬세권’, ‘동네 상권’으로 상징되는, 로컬 이상의 로컬 ‘하이퍼로컬’(Hyperlocal, 지역밀착)의 시대다.

이는 여행 문화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자연히 동네 산책로를 시작으로 국내 관광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우리 동네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나,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은 것이다. 

지난 4월 둘째주 주말, 당진아트투어가 진행됐다. 당진문화재단이 올해 새롭게 선보인 이 투어는 지역의 안팎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과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지역 여행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7개월에 걸쳐 지역을 공부하고 함께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예술인들은 당진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고 이는 고스란히 투어 곳곳에 배치되어 참가자들을 만났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당진아트투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셰프의 상차림, 투어 전체에 깃든 예술, 아름다운 지역의 명소, 코로나 시대 여행에 대한 갈증, 봄날 특유의 설렘 등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적 요소는 ‘스토리텔링’이지 않았을까.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나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이야기하기’다. 단순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기’와 ‘이야기 주고받기’를 동시에 포함함으로서 ‘나’와 ‘너’를 ‘우리’로 잇는 과정을 말한다. 당진아트투어 참가자들이 느낀 높은 만족도와 감동이 바로 여기에 있다. 투어 기획자와 예술인은 물론 참가자 모두는 당진아트투어를 통해 종일 당진을 다시 보고 함께 이야기했다. 너와 내가 알거나 혹은 몰랐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주고받았다.

정희기 작가와 김지민 작가의 콜라보가 그렇고, 우현선의 포구 이야기에서 출발한 정만영 작가의 ‘진과곶’ 전시가 그렇다. 이는 다시 참가자들을 만나며 그들의 일상과 작업 어떤 요소요소에 닿아 작은 영감 혹은 리프레시(refresh)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감동’을 만든다. 너의 이야기가 나에게 와서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우리는 ‘감동’한다. 잘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은 나의 이야기를 통해 너의 이야기를 불러내고 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나누는 로컬 스토리텔링은 어떤 의미일까. 이는 단순히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추가해 지역 관광의 매력을 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로컬 스토리텔링의 지향점은 지역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이를 안팎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며, 나아가 지방자치를 실천하는 밑거름이다. 당진아트투어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 역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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