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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읍면소식
  • 입력 2022.08.12 20:43
  • 수정 2022.10.28 16:59
  • 호수 1417

[우리마을 이야기 10] 송악읍 방계리
냇가에 밤이 많아 ‘밤개’로 불리던 방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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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량골·평냥이·방아펄·목우장 등 재미난 지명 많아
화목한 마을…‘범죄 없는 마을’로 7번이나 선정돼
“아름드리 소나무 자태 뽐낼 수 있도록 했으면”

 

<편집자주>
당진시에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없어진 마을이나 없어질 위기에 처한 마을, 또한 자연마을 중에서도 농촌 고령화로 인해 전통의 맥이 끊길 상황에 놓여 있는 마을이 있다. 본지에서는 마을의 전설과 옛 지명, 보호수를 비롯한 자연환경, 열녀문·효자비 등 다양한 마을의 이야기와 마을이 가진 자원을 발굴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기사와 영상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해당 기사는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 해당 기사는 유튜브 ‘당진방송’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송악읍 방계리는 52가구에 97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시가지가 확대되고 있는 기지시리와 직선거리로 불과 3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방계리에서는 아늑한 옛 시골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에서 내다보이는 고속도로와 그 너머의 아파트의 모습은 푸른 들판이 바람에 물결을 일으키는 방계리 마을 풍경과 대조돼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야트막한 구릉 사이사이 자리 잡은 마을의 모습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은 마을주민들이다. 선대부터 대대로 터를 일구고 살아온 주민들은 한평생 함께 산 가족이나 다름없다. 성씨와 조상이 달라도 이웃에 살면서 사촌형제들보다 더 가깝게 지내고 있는 ‘이웃사촌’이 바로 방계리 주민들이다. 

스님이 살았다는 중승골
방계리는 동쪽으로는 본당리, 서쪽으로는 가교리, 북쪽으로는 광명리에 인접해 있다. 남쪽으로는 순성면 옥호리와 가깝다. 냇가에 밤나무가 많아 ‘밤개’라고 불렸는데 점점 ‘방계(芳溪)’라 변해 지금에 이르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뱀(巳)리가 변해 방계리가 됐다는 설도 있다. 

원래는 3개 반이 있는 마을이었지만 인구가 줄면서 반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다만 편의상 주민들은 윗말·아랫말을 상반·하반으로 부른다. 당진군지 등 사료에 따르면 윗방계(상방계)와 아랫방계(하방계)에서 조금씩 말이 변화하며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계리는 작은 마을이지만 다양한 이름을 가진 자연부락이 존재했다. 앞서 언급된 아랫방계와 윗방계 이외에도 매봉산 밑에 있는 완량골이 있다. 이곳에는 능성구씨가 살면서 선량한 사람이 되라고 일량동(日良洞)으로 고쳐불렀다고 한다. 

옛날에 절이 있었다고 알려진 중승골(중성골)도 있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에 중이 많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내려오고 있으며, 중이 농사를 지었다는 ‘중이논’, ‘중이밭’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절에서 치성드리거나 할 때 물을 길어 쓰던 불당샘도 있었단다. 마을원로인 구자유 씨는 “어렸을 때 초가집에서 스님이 살았던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밖에 평평한 들판이 펼쳐진 평량리(坪良里)는 마을 중앙에 있는 부락으로 ‘평냥이’라고도 불린다. 평량리 남쪽 골짜기에 디딜방아가 있었던 방아펄도 방계리 내 자연부락의 지명 중 하나이다. 한편 주민들은 모기가 많은 ‘모기장펄’이라는 곳도 있다고 말했으나, 송악읍지에 따르면 모기장펄은 없고, 소에게 풀을 먹이던 ‘목우장’이 기록돼 있다. 자연부락 명칭의 경우 주로 주민들의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어 말이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잼말 또는 티촌으로 불리던 잿말은 반촌리로 넘어가는 등성이 밑에 위치한 마을로 재 너머에 있는 동리와 함께 추석명절에 ‘등성제’라는 행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더불어 개물, 옹곳펄, 방죽뿌리 등의 소부락이 있다. 

‘~펄’이라고 이름 붙은 자연부락 지명에서 엿볼 수 있듯 방계리에도 과거엔 갯벌이 있었다고 한다. 안태환 이장은 “잿말 너머에 바닷물이 0.5km 정도 드나들었다”며 “논갈이를 하면 개흙이 나왔다”고 말했다. 

인심 좋고 우애 좋은 방계리 

송악읍 방계리는 ‘걸인마저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인심이 두터운 마을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거지가 얼어죽었는데 동네사람들이 십시일반 도와 공동묘지에 묻어준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고 있다”며 “주민들 간에 우애가 좋은 동네”라고 말했다. 

특히 방계리는 지난 1981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7번이나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점잖고 온화한 마을의 분위기 덕인지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은 물론 교장 등 교육자와 고위 공무원들을 많이 배출한 건 마을주민들의 자랑이다. 

구본훈 노인회 총무는 “예부터 없이 살아도 이웃과 나누며 살던 마을”이라며 “그 전통이 대대로 내려와 지금은 토박이 주민과 귀촌한 주민 모두 화합이 잘 되고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구익회 마을원로 또한 “주민들이 헐뜯고 싸우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고 서로 도우려 한다”고 말했다.

전국 노래대회에서 우수상 수상

이렇게 사이 좋은 주민들이 최근에는 보령머드박람회까지 진출했다. 대한노인회 당진시지회의 지원으로 일주일에 두 번 경로당에서 노래교실을 진행하고 있는데, 강사인 한국연예예술인총연합회 당진지회장의 권유로 지난 6일 보령에서 열린 전국노래교실 대합창대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노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무대에 선 마을주민들은 이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기쁨까지 누렸다. 6월 21일부터 연습을 시작한 이후 불과 한 달 여 만에 이룬 성과였다.

김명옥 새마을부녀회장은 “주민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도 날리고 단합을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그야말로 방계리는 행복마을”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초복이었던 지난달 16일에는 이상훈 새마을지도자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을 대접하는 등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서 서로 돕고 나누는 이웃 간의 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의 명물인 아름드리 소나무

한편 마을주민들에게는 꼭 이뤘으면 하는 오랜 소망이 있다. 200년 가량 된 아름드리 소나무의 자리를 높게 돋우는 일이다.

지난 2006년 보호수로 지정된 이 소나무는 용이 승천하듯 구부러진 나무기둥에 넓게 펼쳐진 가지와 솔잎까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20여 년 전 경지정리 과정에서 도로 아래 1미터 가량 낮은 곳에 위치하게 됐다. 마을의 보물 같은 존재인 소나무가 눈높이에서 제대로 보여지지 않아 보호수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안태환 이장은 “이 소나무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아주 멋진 수형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위치 때문에 자태를 제대로 뽐내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만큼 소나무 자리를 높게 돋아 마을 찾는 사람들이 소나무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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