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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22.12.09 23:17
  • 수정 2022.12.20 16:19
  • 호수 1434

안라미 지음협동조합 실장이 추천하는 <시와 산책>
“작은 것을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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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마주치는 풍경 이야기
”내가 보는 것이 내면을 만든다“

안라미 충남미디어컨텐츠 지음협동조합 실장(이하 지음)은 동료의 소개로 <시와 산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10년 동안 방송작가로 일하다 8년 전 남편의 직장생활을 위해 당진을 찾았다. 낯선 당진의 삶이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우연히 보게 된 채용공고를 보고 PD일에 지원하게 됐다. 그렇게 PD라는 직책을 얻었고 방송작가 경력을 살릴 수 있게 된 그는 현재 지음의 실장으로 다양한 콘텐츠 사업을 기획하고, 지음의 PD들이 원활한 방송제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안라미 실장은 감성적인 글을 쓰고, 대본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시와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주로 일과를 모두 마친 뒤 늦은 밤이나 새벽 등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책을 읽으며, 요즘은 집안일을 할 때 오디오북으로도 책을 접한다고.

그가 소개할 책은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이다. 이 책은 같이 일하는 지음의 이해인PD에게 겨울에 읽기 좋은 책이라며 추천받았다. 작가가 산책을 하며 마주치는 풍경과 그에 어울리는 시를 떠올리고 사색을 하는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안 실장은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맑고 아름다운 영혼을 느꼈다고. 벌레가 놀라지 않도록 사뿐히 걷는 작가의 그 마음이 와닿았단다. 책을 읽고 안 실장 역시 그는 산책길의 나뭇잎, 바람, 벌레들까지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갖게 됐다. 

한편 서울과 인천 생활을 거쳐 당진에 살게 된 것은 마치 큰 도로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맞이한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더 빠르게 질주하려 했지만 이제는 속도를 줄이고 길 주변의 나무와 풍경을 바라보며 걷고 싶단다. 그는 산책하듯 작고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당진을 보고 싶어 했다.

안 실장은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울리는 글귀들을 마주할 때 저 밑바닥에 있던 설렘을 느끼기도 하고, 울컥함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또한 단숨에 읽기 아쉬워 나눠 읽을 정도였다고.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산책하고 싶어졌고, 산책할 때 늘 집어들고 싶은 책이 됐다.

“작가는 ‘내가 보는 것이 내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도 항상 맑은 글과 이야기를 곁에 두고 싶습니다.”

<읽은 이가 추천하는 구절>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커튼은 닫혀 있고 누운채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도, 내 주변으로 서름한 빛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서 아까꾸던 꿈이 이어지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그 환상의 빛을 가늠해 보다가 문득 이런 확신에 이른다. ‘뭔가 찾아온 거야’ 몸을 단번에 일으키고 커튼을 걷으면 아, 눈이 거기 있다. 창을 내내 올려 보다가 내 얼굴이 뜨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힘차게 흔드는 애인처럼, 눈을 그렇게 발견하는 날은, 사랑을 발견한 듯 벅차다. 

“겨울에 눈을 발견했을 때 벅찬 마음을 표현한 구절이다. 소소하다 못해 하찮고 단순한 일상도 섬세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독자가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받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읽고 있는 나도 작가처럼 벅차오르며 애틋함을 느끼고 섬세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 내가 보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을 만든다. 내 몸, 내 걸음걸이, 내 눈빛을 빚는다. 외면이란 사실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인간은 내면과 내면과 내면이 파문처럼 퍼지는 형상이고, 가장 바깥에 있는 내면이 외면이 되는 것일뿐. (중략) 

그러므로 산책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지혜로워지거나 선량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시의 한 행에 다음 행이 입혀지는 것과 같다. 

보이는 거리는 좁지만, 보이지 않는 거리는 우주만큼 멀 수 있다. ‘나’라는 장시(長時)는 나조차도 미리 짐작할 수 없는 행들을 붙이며 느리게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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