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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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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호

상록문화제 집행위원장
전 당진농조 조합장

백수(白手)의 넋두리

백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꽤많은 백수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백수(白手)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고 좋은 의미만 있는 백수만 있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백수는 백수건달(白手乾達)을 건달이라는 말을 빼고 부르는 것인가 보다. 백수건달 보다는 백수가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 같고 부르는 사람도 부담이 가지 않을 듯 싶지만 또 백수를 백수라 부르는 사람도 주위에서 아직은 듣지 못했다.
백수건달을 사전에서 찾아 보니 돈 한푼 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며 안일하게 지내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를 하였다.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하고 난후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이름 석자 대면 직업이 무엇이냐고 종종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 농사터가 많아 농업이라고 하면 떳떳하겠지만 1천여평의 농토밖에 없는 주제에 농사 짓는다고 소개할 수도 없어 쑥쓰러워 하다 ‘백수’라고 말을 하면 듣는 이 또한 당황해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기분이 상하시는 분도 있어 백수라고 말하기도 민망스럽다.
백수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게된 동기도 정확한 의미를 알고자 하여 찾았지만 다른 의미의 백수를 찾아 그 뜻의 백수를 사용하고자 하였으나 너무 의미가 좋아 나 같은 백수 주제에 다른 백수를 사용할 수는 도저히 없게 된 것이다.
일예로 백수(白水)를 보니 깨끗하고 맑은 물, 또다른 뜻은 결백하고 깨끗한 마음이라고 풀이한 것을 보고 백수라는 말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민에 빠져 버렸다. 백수(白手)가 백수(白水) 같은 마음을 갖고 살리는 없고 듣는 분들이 정확하게 알아 들을 수 없으니 난감한 것이다.
사람이 건강하면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나이 드신 분들도 건강하셔서 고령에도 농촌에서는 농사일을 하시고 도시에서도 자원봉사나 경비 등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도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백수로 사는 사람이 거짓말까지 하면서 직업이 있다 하면 사기꾼이 직업일 것이고 틀림없이 사기꾼이 될 것으로 믿어져 고민이 더 많아진다. 백수건달의 진정한 의미는 간단하게 먹고 마시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 살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말과 행동은 안하는 것이고 옛부터 그런 사람에게 건달이라는 명칭을 붙여주지 않았을까 생각도 하게 된다.
쓸데없는 것 가지고 고민을 하는 것을 보면 백수임에는 틀림없고 고민이 머리를 백수(白首)로 만드는 것 같아 씁쓰름도 더 하다.
옛날 중국 후량의 주흥사는 하룻밤에 천자문을 만드느라 너무 애써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 하여 천자문을 백수문(白首文)이라고 한다는데 겨우 백수건달이라는 단어 때문에 백수(白首)가 되니 누가 알까 두렵고 내 자신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나이 먹으면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즐기고 싶은 것이 최고의 소망일 것이다. 그러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지금도 일하며 자식들을 가르치고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역시 사람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백수백복(百壽百福)을 누리면 좋으련만 때로는 백수풍진(白首風塵;늙바탕에 분주하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는 귀찮은 세상)을 당하는 일이라도 없어야 백수((白首)와 백수(白鬚)를 날리며 여유롭게 백수지년(白首之年;늙은 나이)을 보낼 수 있는 사람만 있기를 바라면서 백수(白手)가 넋두리를 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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