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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1.08.06 00:00
  • 수정 2017.08.10 17:32
  • 호수 382

본지 정봉식 편집위원장이 추천하는<당진일기>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돌아온 아버지의 고향 당진의 아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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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보면 행복해진다

「당진일기」

쪾철학 에세이
-지은이/ 엄정식
-출판사/ 하늘재
-값/ 9,500원

정봉식 본지 편집위원장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교수의 찰학에세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 시대의 화두는 ‘소비’아니면 ‘상실’이다. 너도나도 자연을 찾아 떠나는 휴가나 피서마저도 또 다른 형태의 자연의 소비요 마음과 정신의 치유이기보다는 후유의 피곤인 것 같다.
이 도저한 소비와 상실의 시대에 문득문득 돌아보는 자신의 모습은 폭우에 패여 나간 흙길처럼 할퀴고 찢긴 형상이다. 그래서일 게다.
당뇨병 환자같이 삶의 에너지와 감각을 과다하게 상실하고, 이성마저 건조해진 사람들이 도시와 아파트를 떠나 산속으로 농촌으로, 즉 자연의 품으로 좀더 가까이 회귀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고단한 노동자의 귀향에서부터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의 충전을 꿈꾸고 상처난 자신의 정신을 치유하고 창조의 동력을 얻고자 한다.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여기 한 철학자의 산골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책 한권을 소개한다. 철학과 현실의 경계에서 구도의 길을 추구하는 한 철학자의 따분한(?) 삶이 이 무더운 날씨에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진일기」라는 제목 하나만으로도 우리 당진에 사는 사람들은 구미가 당길 것이요, 도대체 이 철학자가 당진 땅, 아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동네에 와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어디일까?
‘여기는 충청남도 당진읍에서 야산을 끼고 15분쯤 차로 달리면 나타나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워낙 막다른 산골짜기에 집이 서너 채 밖에 없는 마을이라 이곳 사람들은 ‘숨은 골’ 혹은 ‘은곡(隱谷)’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왜 왔을까?
‘나는 내가 없는 삶을 견디어낼 도리가 없다. 작은 물건 하나라도 없어지면 당황하게 되는데, 어떻게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의 행방이 묘연해지면 느닷없이 정신을 가다듬고 이곳에 달려오는 것이다’

그가 찾는 것은 무엇이며 이 산골 마을은 그에게 어떤 의미인가?
죖나의 관심은 여전히 나 자신이며 가장 중요한 철학적 주제는 역시 나에게는 소크라테스적 자아의 인식인 것이다. 그런 의미로 이곳은 선친의 고향일 뿐 아니라, 내 영혼의 안식처이자 진정한 자아의 거주지가 되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나 자신을 찾아’ 나서게 될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산골 마을이야말로 계속 이어질 방향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알아먹기 힘든 난해한 철학적 담론이 아니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전원생활의 낭만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담백하고 평이한 문체로 산골생활을 진솔하게 그려나간 일기체 형식의 글이다.
한 철학자가 밟고 가는 사색의 길을 몰래 뒤밟아 가는 것은 세상과 자신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기분 나쁘지 않은 부끄러움과 함께 흥분이나 비틀림 없는 조용한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당진일기」가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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