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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1.09.10 00:00
  • 호수 386

화이팅! 합덕초 야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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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에 하나 뿐인 야구부

합덕읍 운산리 합덕초등학교 야구장. 환호성을 대신해 그라운드 가득 쏟아지는 뙤약볕 사이로 어린 선수들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
모자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좌우를 살피던 고대길(6학년)군이 타자를 힐끗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멋진 폼으로 직구를 던졌다. “탕” 타석에 들어선 오성규(6학년)군이 휘두른 공이 알루미늄 배트의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원스레 날아간다. 외·내야의 수비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향해 힘차게 달린다.
던지고 치고 달리며 그라운드에 땀을 쏟는 선수들. 군내에서 유일하게 야구 꿈나무를 육성하는 합덕초등학교(교장 유항종)의 야구부원들이다.
가을에 열릴 예정인 ‘충남학생체육대회’를 대비해 방과후 매일 3시간씩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야구부원들은 모두 12명. 이들 모두의 꿈은 이승엽, 이병규, 장종훈 같은 대선수가 되는 것이다.
“야구는 단체운동입니다. 선수들간의 팀웍이 가장 중요하죠. 이 아이들의 단결력과 정신력만큼은 고교야구 선수들 못지 않습니다.”
구대회(30세) 감독에 따르면 주장인 오성규 군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왼손잡이 투수이다. 중견수도 겸하고 있는 고대길 군은 투수로서의 최고 강점인 강한 어깨를 가진 선수. 타격에 남다른 센스가 있는 유격수 김기백(6학년)군은 ‘볼’과 ‘스트라이크’ 판단이 빠르다. 포수 이강현(6학년)군과 3루수인 최명섭(6학년)군은 야구부에 들어온 지 겨우 1년 됐지만 기량이 빨리 향상돼 발전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5학년인 최길용 군과 홍천표 군은 팀에 합류한지 채 한달도 되기 전에 박찬호배 도대회(8월 27일)에 출전해 3타점을 올릴 만큼 타격의 기본을 갖췄다는 평가다. 4학년인 안태원(2루수)군은 천부적으로 운동에 센스가 있고, 같은 학년인 박인동(좌익수)군은 다리가 빨라 내년부터 1번 타자로 뛰게 될 것이라 한다.
3학년 김정민군은 팀의 우익수로 ‘볼 캐치’ 능력이 뛰어나고 같은 학년인 김기현 군은 기백군의 친동생으로 합류한지는 한달 됐지만 왼손·오른손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팀의 막내인 2학년 이승용(우익수)군. 방망이 휘두르는 게 저학년 같지 않다는 승용 군은 지난 박찬호배 도대회에서 3안타를 쳐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른 초등학교의 야구부들은 거의 5·6학년 선수들이 주전으로 뜁니다. 그에 비해 저희 야구부는 2~6학년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임합니다. 이러한 학년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난 박찬호배 도대회에 나가 도내 최고팀과 맞붙어 11ː8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면 결과로는 졌지만 실상은 이긴 경기였습니다.”
구 감독의 설명대로 합덕초교 야구부는 학년별 개인 기량 면에서는 도내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학년별 기량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체력과 구력을 갖춘 고학년들이 주전으로 뛸 때 다른 지역 야구팀들과 제대로 된 승부를 가릴 수 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합덕초교 야구부는 넘어야할 험난한 산들이 많다.
합덕초교 유항종 교장은 “군내에는 중학교 야구팀이 없기 때문에 상급학생과 연계해서 훈련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내 우수 선수들이 도내 다른 초등야구팀으로 적을 옮기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사실입니다. 경비가 부담돼 자녀의 야구부 활동을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많은데다가 몇년 공들여 훈련 시킨 선수들까지도 상급학교 진학문제에 부딪쳐 다른 지역학교로 전학을 가버리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라며 선수확보의 어려움을 전했다.
대길군의 아버지 고장순(합덕읍 운산리)씨는 “당진에 중학야구팀이 있었다면 분명 그곳에 아이를 입학시킬 것입니다. 우리 아들은 당진군이 키워준 당진군 소속 선수입니다. 곧 졸업인데 먼 타지역으로 아이를 보낼 것을 생각하면 착잡합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야구선수 한명을 키워내기 위해 구장 안팎에서 애를 쓴 사람들의 땀과 정성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다.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로, 지역의 긍지를 높일 선수로 끝까지 책임지고 키워내지 못하는 학생체육 분야의 열악한 환경이 못내 아쉽다.

※야구부 연혁
1988. 6. 10. 야구부 창단
1990. 92. 93. 도회장기 야구대회 준우승
1994. 5. 15. 회장기 전국야구대회 3위
1994. 10. 야구장 조성
1995. 9. 회장기 전국대회 3위 입상
2000. 3. 30. 제28회 충남소년체육대회 준우승
2000. 4. 10. 충남야구협회 회장기 야구대회 준우승
2001. 6. 16. 야구장 확장 공사 준공

※배출선수
LG 트원스 심성보, 현대 유니콘 오 윤, 연세대 야구부 이창훈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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