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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Elephant)
2006년 10월 27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너무나 조용한 악몽의 16분

영화는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매체이기 때문에 그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주로 테마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쟁이나 정치 게이트 같은 사건들은 여러 번씩 반복되면서 영화화 되기도 한다. 그러한 사건 중에 1999년에 발생했던 미국 콜롬바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롬바인>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영화화 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 역시 콜롬바인 고등학교의 총기 난사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볼링 포 콜롬바인>과는 다르게 극영화 형식으로 비슷한 사건을 다루면서 총기 사건을 벌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희생당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매우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엘리펀트>는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기 16분 전 학생들의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이지만 이 영화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성들을 적극 활용하여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영화를 만들고 있다. 즉 16분 동안 일어난 사건을 81분의 상영시간 안에 담고 있는데 이는 주인공 한 명의 시선을 따라가기 보다는 여러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지는 상황들이 조금씩 겹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영화 소개 사진 속 장면은 영화에서 3번씩 반복되고 있는데 3명 중 누구의 시선에 의해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고 있다.

이처럼 영화의 상영 시간을 다양한 인물과 사건들에 따라 확장시키고 있는 <엘리펀트>에서 또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인물들의 등 뒤에서 쫓아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이다. 매우 느릿느릿하게 급할 것 없이 움직이는 화면을 보면서 관객들은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서 그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마치 16분 후에 다가올 악몽을 꾸기 전에 몽롱해지는 듯한 느낌으로 화면은 서서히 인물을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너무나 조용한 순간에 발사되는 총소리는 관객들에게 급작스런 긴장감을 주고도 남는다. 그로 인해 실제 있었던 사건을 극화한 영화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당시 그 학교에서 있었던 사건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듯한 충격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3명의 연기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촬영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실명으로 출연했으며, 대사 역시 그들의 일상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베토벤의 <월광소나타>가 극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엘리펀트>는 장님이 코끼리의 부위부위를 만지며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한다는 얘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목을 만들었다고 한다. 출시된 DVD에는 1.33 : 1과 1.85 : 1의 화면 사이즈로 볼 수 있는데 원래 깐느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사이즈는 1.33 : 1이기 때문에 이 사이즈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메이킹 필름을 통해 영화의 제작현장을 엿볼 수 있는 저예산 영화 <엘리펀트>는 2003년 깐느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감독상 수상작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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