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사회
  • 입력 1997.12.29 00:00
  • 호수 205

“재능도 뽐내고 입던 교복도 물려줬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산중학교 입시 끝낸 학생들의 ‘종합예술제’

입시가 끝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은 청소년들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과 설레임에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유흥비나 여행경비를 마련하기위해 절도행각을 벌이다 잡힌 청소년들이 자주 입에 오르는 시기도 바로 이즈음.
그렇다고 마냥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는게 지역사회에 사는 어른들의 처지다. ‘돈 있는’ 성인들을 위한 오락시설과 유흥가는 날로 늘어나지만 이런 청소년들을 창작과 문화활동의 장으로 이끌어낼 청소년 공간이 우리지역에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보고 어디로 가란 말이냐’를 되묻는 청소년들에게 지역어른들은 그야말로 해줄 말이 없다. 어른이나 청소년들 모두에게 참으로 곤혹스런 이 때에 나름대로 대안이 될만한 의미있는 행사를 치른 학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송산면 도문리에 위치한 송산중학교(교장 김부영). 내년 2월 10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이 학교에서는 방학을 앞둔 지난 19일 고입시를 끝낸 3학년 학생들이 직접 꾸민 종합예술제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학생들의 장기자랑과 알뜰바자회가 조화를 이룬 행사였는데 3학년 학생들은 지난 12일날 치러진 고교입시가 끝나자마자 방과후 시간에 각자의 재능을 뽐낼 작품을 만들어 이날 무대에 올렸다.
그림과 만화, 공작품 등 비록 서툴지만 학생들의 재치와 창의력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전시됐고 노래와 춤을 잘하는 학생들에겐 따로 무대가 마련되기도 했다.
한켠에서는 알뜰시장이 펼쳐졌다. 말이 헌 옷이지 모양새는 멀쩡한 교복등이 깔끔하게 다림질 돼 좌판에 놓여졌고 교과서와 참고서, 가방, 선배들의 손때가 묻은 학용품 등이 후배들에게 넘겨졌다.
물론 엄연히 시장이니 만큼 값은 매겨졌다. 원가와 상관없이 모두 1백원씩. 물건들은 개장한지 얼마지나지 않아 동이 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이날 거래된 물품은 모두 3백50점, 3만5천원의 수익을 올린 셈인데 이 수익금은 모두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여진다고 한다.
절약하는 검소한 생활자세와 성적에 주눅이 든 학생들에게 개성을 발휘할 기회를 줌으로써 자신감을 심어주고 허비하기 쉬운 입시 후 시간을 알차게 꾸미도록 한 이번 종합예술제는 훈시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체험으로 깨닫게 하는 송산중학교의 교육방침이 빚어낸 ‘작품’이었다.
제자가 내놓은 작은 손가방 하나를 샀다는 김부영 교장은 “고입시가 끝나고 오전수업만 하게 된 3학년 학생들이 여가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이같은 행사를 열게 됐다”며 “저녁시간까지 학교에서 노래연습을 하고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을 보고 오락실에 가지 말라고 말로만 훈시하는 것보다 취미와 소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게 더욱 효과적인 탈선예방 교육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