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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신화
2003년 03월 19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J.F.비얼레인 著 세종서적 刊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영원한 거울

신화는 시대와 지역과 문화를 뛰어넘어 인간의 경험에 대해 말해준다. 이러한 신화 속에 담긴 진리는 개인적, 집단적으로 우리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고, 인류의 모든 유산을 공유하도록 도와준다. 현대인들의 귀에는 '살아있는 신화'라는 말이 일단 모순처럼 들릴 것이지만 신화 속에서는 모순 속에 진리가 담겨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의 저자인 J.F. 비얼레인은 스미소니언 인스티투션에서 신화학을 강의하고 있는 미국의 신화학자다. 그는 신화를 보는 데 있어서 신화의 의미만이 아니라 신화가 인간의 실존에 어떠한 의미를 주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세계각지의 신화를 부자간의 관계, 남녀간의 사랑,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 관한 신화, 영웅 신화, 건국 신화로 분류하여 신화가 우리에게 모순과 갈등이라는 형태로 우리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고 있다.

그는 신화란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원한 거울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화에 묘사된 인간의 경험은 바로 우리 자신들의 경험이며, 우리는 그들이 살아온 길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화가 의미론적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신화를 공부하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한다. 신화는 인간의 실존에는 목적이 있으며, 우리 각자에게는 나름대로의 영웅적 과정이 있고, 그러한 경험들을 축적하고 살고 있는 개개의 인간들 모두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는 "신화란 본질적으로 무한하면서도 객관적 현상에 있어서는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어중간한 존재로서의 모순적인 인간상태를 비애를 담아 표현한 것이다."고 했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실존의 두 기둥이란, 쾌락의 달성을 목표로 하는 생명의 기둥과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정신적 기둥이다. 리쾨르에게 의미있는 인생이란 이 두 기둥이 하나로 합쳐 서로 밑거름이 되어주는 그런 인생이다. 의미있는 인생을 추구한다는 것은 대립되는 이 두 요소를 파악해 통합을 이루어내는 일이다. 리쾨르가 그러한 필연적 통합이 이미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믿은 인간의 기능은 바로 '느낄 수 있는 능력(Feeling)'이었다. 신화는 느낌들의 기록이다. 신화는 자신들의 실존적인 모순을 해결하려고 몸부림쳤던 인간적 시도의 기록이며, 그 해결의 살아있는 도구다.

저자는 신화는 종교와 철학의 본체이고, 원시 인류의 구비전승 문학이며, 조상들이 후손들에 물려준 지혜의 요체라고 말한다. 또한 신화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다양한 믿음들의 원형이다. 이러한 신화를 통해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탐색해보고자 하는 노력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이 인간의 실존에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지금, 아름다운 신화 속을 한 번 여행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강현호(부산 솔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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