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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평온케 하는 淸雅한 산문집
2003년 03월 19일 () 14:02:00 webmaster@mjmedi.com
도서비평-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마음을 평온케 하는 淸雅한 산문집

요즘 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한 달을 넘기고서도 보름 이상 계속되는 우리 병원의 파업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4강 신화가 펼쳐졌던 월드컵 기간 동안에는 그 열기에 휩싸여 그다지 답답함을 느끼지 못했을 뿐더러 타결되겠거니 하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었는데, 어느덧 7월 초순까지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찬 바닥에서 밤샘하고 난 뒤 부시시한 얼굴로 마주치는 직장 동료가 안쓰러우면서도, 병들고 힘없는 입원환자들 밥까지 굶기는 매정함에 몸서리가 처지고, 그렇지만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곤 합니다.

東武公께서 갈파하셨듯이 哀怒喜樂의 性情을 지닌 인간이기에, 세상만사가 항상 기쁘고 神明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 상한 일이 있을 때엔 빨리 벗어나려 안달하게 되는데, 여러 선후배님들께서는 어떻게 해소하시는지요? 아! 물론 제 친구처럼 도무지 화를 낼 줄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면전에서 듣기 거북한 소리를 할지라도 허허 너털웃음 지으며 다정다감하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돌부처 J원장처럼 수양이 잘 된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저와 같이 凡人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지 않겠어요?

한동안 부아가 오를 때면 영화를 보곤 했습니다. 두어 시간 가까이 영화의 스토리를 좇아가며 몰입하다 보면 어느 새 분노의 발단을 제공했던 사건이 희석되는 효과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방법은 도박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서 위험했습니다.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지 않거나 감독의 역량이 떨어질 땐 짜증을 倍加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니까요. 음악요법, 향기요법의 추천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선지 위의 콩나물이나 관상용 꽃나무 등에는 워낙 문외한인지라 할 수 없이 최후의 보루를 다투어 접하는 버릇을 길렀습니다.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읽는 것입니다.

수녀님에 대한 소개는 따로 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후,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출간하여 우리들에게 빛깔 고운 속삭임을 나지막하게 들려주었던 분이니까요. 1주일 전쯤 구입한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이라는 題下의 산문집 또한 사소한 일상의 구석구석을 淸雅한 수녀님의 가슴에 안았다가 풀어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삶이 눈물겹도록 기쁨으로 충만해 있음을 다소곳이 일러주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수녀님의 글을 보며 평온함을 되찾았습니다. 아울러 종교인도 아니면서 노사가 지금이라도 원만하게 타협하여 그 누구보다 환자들이 삶의 기쁨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는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혹여라도 언짢은 일로 지친 심신을 추스릴 요량이라면 수녀님의 고운 글을 마음으로 음미하시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눈이 밝아집니다. 부정적인 말로 남을 판단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말로 남을 이해하려 애쓰게 됩니다.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얼굴 표정에도 맑은 웃음이 늘 배경처럼 깔려 있어 만나는 이들을 기쁘게 할 것입니다. 매우 사소한 것일지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서 열려있는 사랑의 행동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보석입니다. 찾기만 하면 늘 널려 있는 이 보석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저의 게으름 때문이지요.……(시집 중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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