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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한진섭 개인전 ‘休’
2003년 03월 19일 () 14:05:00 webmaster@mjmedi.com
   
 
지친 일상 깨는 다양한 즐거움

사진설명-‘잃어버린 세월’ 대리석(2001)

1981년부터 10년간 이탈리아에서 수학하면서 피사 국제 미술공모전 조각부문 1등상, 카라라 국제조각 심포지엄 1등상, 이탈리아 베로나 축구 경기장 상징 조각물 선정 등에서 보여주듯 화려한 경력을 가진 조각가 한진섭 개인전 ‘休’가 다음달 2일 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쉼, 안락, 여유, 한가로움을 준다는 것이다. 작가는 상식을 깨는 다양한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직접 만지고 작품 위에, 작품 안에 앉아보기도 하며 무거운 대리석을 빙글빙글 돌려보는 재미도 있다.

작가는 현대미술의 맹점인 소통의 문제를 작품 그 자체에서 찾고자 했으며, 작품과 관객이 하나되기 위하여 작품을 비우고 그 작품 속에 관객이 들어가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한진섭은 한국 구상조각의 대표적 중견작가 중 한사람으로 홍익대 재학시절부터 돌조각만을 고집해왔다. 1981년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아카데미로 유학을 떠난 작가는 10년 동안 돌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가꿨다. 서양에서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는 돌을 인간적 문맥에서 다루어야 할 정신적 공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그의 손끝에서 돌의 육중함과 견고함은 퇴색되는 대신 따스하고 부드러운 질료로 변했다.

일본 하코네미술관이 주최한 로댕대상전에서 우수상을 받고 이탈리아 베로나 축구장에 상징조형물 작가로 선정된 것도 이때였다. 귀국한 다음 한국의 돌을 다시 만진 작가 는 전통조각의 굴곡을 토속 정서와 해학미가 물씬한 구어체로 빚어내는 솜씨를 발휘했다.

그는 우직함의 작가이기도 하다. 80년대 들어 동시대 작가들이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질료를 합성하는 형식 실험의 격랑 속에서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돌에서 시작해 인간으로 마감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돌 작업의 신체적 노동성과 더딘 시간을 온몸으로 감내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주제는 당연히 ‘인간’이다. 서구 조각의 현대적 미감에다 한국미술의 전통성을 결합시키는 작업은 세련되면서도 특유의 여유와 해학을 빚어내기에 이른다.

전시에는 신작 30여 점이 나온다. 이름으로도 정겨운 ‘엄마와 아기’와 ‘봄의 소리’,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먼 곳을 응시하는 ‘잃어버린 세월’, 가족의 모습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행복하여라’, 축구 골키퍼의 비장한 모습을 해학적으로 그린 ‘지킴이’, 메주같이 생긴 돌로 십자가 형상을 만들어낸 ‘은총의 빛’ 등. 모두 화 강석과 대리석에 작가의 땀방울을 섞은 노작들이다.

김 영 권
백록화랑 대표, 백록당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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