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침
조 순 옥
(신천무궁화아파트)
눈망울을 가져갈 듯한 태양이
둥그러니 떠오르면
자욱이 내려앉던 안개는
서서히 도망갈 준비를 한다.
어느새 몰려오던 안개가
밤나무밭 중턱에 걸리어
마치 설악을 오른 듯한
착각에 빠져있는데
엊그제까지만해도
젊음을 자랑하던
밤송이가
이빨 세개 드러내고
주인을 기다리며 웃고 있다.
행여나 질세라
마당끝의 감나무도
가을을 익게 하고
타오르는 태양아래
일렁이는 황금물결
벅찬 가슴을 누르며 몇자 적고픈
황홀한 이 아침에
시인이 되지 않고선
아침 식탁에
향기가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