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시절 교회친구모임에 다녀왔었다. 한 20여명되는 모임인데 서울 목동의 한 음식점에서 자리를 같이했다.
송년회여서 그런지 평소 모임에 참석지 않던 초등학교 친구들까지 참석을 하다보니 원래의 모임보다는 동창회 모임같은 분위기로 흘러갔다. 자연스레 학창시절 담임교사의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되었다.
그때 언뜻 떠오르는 담임교사가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되는데 하루는 한적한 곳으로 나를 부르시더니 “네 짝궁이 필통을 잃어버렸단다. 네가 필통을 가져가지 않았니?” 라고 물으시는 어조는 당시 어린 나이에도 내가 친구의 필통을 가져간 것으로 확신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나는 아니에요! 내가 안그랬어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흘리며 그런 일 없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그 선생님은 그 일이 내가 한 짓이라고 믿고 있었는지 필통을 사오라고 집으로 보냈었고 내성적이었고 또 순둥이로 소문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가서 어머니께 사실을 말씀드린 후 필통을 사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일은 지금까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이후 교사가 된 나는 아이들의 마음에 응어리 지는 일이나 말은 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결국 그 일을 통해서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운 셈이다.
또 한가지는 내가 좋은 의도로 한 말이나 행동도 때에 따라서는 오해되고 왜곡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나의 웃음이 상대의 기분에 따라 조롱거리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은 군생활을 통해서였다. 나는 이런 저런 사건들을 통해서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어쨌거나 이것도 남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일 것이다. 올 한해 나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나의 말 한마디가 우리아이들 모두에게 유익하고 즐거움이 묻어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나처럼 교사의 말 한마디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갈 아이들이 한명도 없기를 바라면서...


송악고 교사  |  본지 편집위원
skyhochun@hanmail.net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