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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03.26 00:00
  • 호수 655

[기자수첩] 촌지수수, 질기디 질긴 낡은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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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 갓 입사하고 일을 배우던 기자 초년병 시절의 일이다. 명절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군청 공보팀에서 “차나 한잔 하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의아했지만 별일 아니겠지 싶어 공보팀에 들렀다. 내게 전화를 걸었던 팀장(당시 계장)은 몇 마디 안부를 묻더니 하얀색 봉투(이 봉투는 일반 편지봉투와는 달리 아무런 인쇄도 없는 데다 속에는 파란색 종이가 안을 감싸고 있어 내용물이 비치지 않는다)를 내밀었다. 촌지였다. 매우 불쾌했다. 마치 동냥아치에게 동전 몇 푼 던져주는 것 같았다. 억지로 참고 실랑이 끝에 사양하고 자리를 떴다.
 이 같은 일은 한번뿐이 아니었다. 명절을 앞두고 군청 뿐 아니라 군의회, 교육청에서도 ‘차나 한잔 하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눈치 없는 기자는 번번이 속아서 찾아갔다가 실랑이를 해야 했다. 이 같은 일이 매년 명절 때마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뿌리깊은 관행인 듯했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본지는 시민단체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관공서의 기자단에 대한 촌지수수를 수 차례에 걸쳐 보도(2000년 11월13일자, 2001년 6월4일자, 2004년 12월26일자)했다. 그러나 뿌리깊은 관언유착의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한번은 명절을 앞두고 기자에게 촌지를 주려고 한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폭로(2005년 9월12일자)했다. 이 때문에 군청의 공보담당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선관위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기사가 효력을 발휘했는지 그 후로 기자에게 촌지를 내미는 일은 없어졌다.
당진군체육회의 불법성금 모금과 관련해 언론에 공개된 출납장부에 향토지 5개사에 150만원의 촌지를 건넨 사실이 기재돼 있었다. 낡은 관행을 없애기 위한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촌지 받은 기자로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억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도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데는 분명히 기자와 본지에도 책임이 있다. 낡은 관행에 대한 좀더 집요하고 강도 높은 보도가 부족했던 탓이다. 따라서 앞으로 본지에 촌지를 내미는 모든 이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명을 들어 보도할 생각이다. 아울러 선관위에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할 예정이다. 끝으로 다시 한번 촌지수수라는 낡은 관행을 없애기 위한, 더욱 과감한 보도를 약속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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