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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제대로 긴장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도서비평┃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2019년 01월 18일 () 06:00:23 안세영 mjmedi@mjmedi.com

지난 해 추석 이후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칼럼니스트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님일 것입니다. 온 나라 청년들이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는 칼럼 - 명절이라고 어렵게 모여앉은 자리에서 일가친척들이 오지랖 넓게 취직·결혼·출산 등을 캐물을 때는, 죄인마냥 주눅 들어있지 말고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묻는 게 좋다 – 에 열광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퍼 나르느라 난리였으니까요. 심각한 이야기마저 유쾌한 농담처럼 뒤집어 전달하는 김교수님의 글 솜씨에 매료된 이들은 수고로움도 잊고 블로그 등을 뒤져 과거의 칼럼들까지 몽땅 찾아 읽는 소위 ‘덕질’에 빠져들었는데(저도 그 중의 한 명입니다^^), 고맙게도 연말에 단행본이 출판되었습니다. 이럴 땐 빛의 속도로 질러야지요.

   
김영민 著, 어크로스 刊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교수님은 학부에서는 철학을, 대학원에서는 동아시아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심영역은 시·영화·동양고전·디저트 등에 걸쳐 매우 다양할뿐더러, 그 수준은 아마추어의 경지를 한참 뛰어넘습니다. 영화평론부문 신춘문예에 당선될 만큼 영화에도 일가견이 있고, 주간지에 『논어』를 시대정신에 걸맞은 새로운 번역으로 연재할 정도로 동양고전의 해독에도 능하며, 글의 맥락에 딱 맞게 인용할 만큼 동서고금의 시에도 해박하고, ‘소확행’의 일종인 식후 디저트 음미를 위해 ‘달콤한 연대’라는 점조직까지 만들어 적극 활동하고 있으니….

책은 총 5부로 구성됩니다. 「일상에서」·「학교에서」·「사회에서」·「영화에서」 등의 부제가 붙은 1∼4부는 2015년부터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한데 모은 것이고, 5부 「대화에서」는 시인 및 기자와 인터뷰했던 내용을 수록한 것이지요. 읽노라면, 삶을 구성하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일상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과 행동으로 제자들을 이끌어주며, 냉철한 비판적 시각으로 사회의 갖가지 부조리를 꼬집어내고,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수많은 질문을 움틔우는 김교수님의 모습이 눈에 선연할 것입니다. 날렵한 유머와 경쾌한 리듬감으로 똘똘 뭉친 글인지라 책장이 술술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꽤 묵직합니다. -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쉽게 불행해진다.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해야 한다.”, “오직 제대로 긴장해본 사람만이 진정한 이완을 누릴 수 있다.”, “진리란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다. 진리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깨닫기 위해 학문을 하는 것이다.”, “분노나 폭력이나 강제는 위력이 잘 작동할 때보다는 위력이 자신의 실패를 절감할 때 나타나는 징후다.”, “비록 우리의 탄생은 씨 뿌려져 태어난 재일지언정, 우리의 죽음은 그 존재를 돌보고자 한 일생 동안의 지난한 노력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결말이다.”, “악이 너무도 뻔뻔할 경우 그 악의 비판자들은 쉽게 타락하곤 한다. 자신들은 저 정도로 뻔뻔한 악은 아니라는 사실에 쉽게 안도하고 스스로를 쉽사리 정당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문 하나. 김교수님은 왜 자신이 배우 전도연과 닮았노라 강변하는 걸까요?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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