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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9.04.20 00:00
  • 호수 757

해상선로 건설기술 충분, 대안노선에‘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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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화력-신시흥변전소 간 해상선로 특수공법으로 에디슨 대상
전체 137기의 철탑 중 해상철탑 35km 걸쳐 89기 건설

질문, “과연 바다 위에 철탑과 송전선로를 건설할 수 있을까?” 답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남동발전이 운영하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경기도 시흥의 신시흥 변전소까지 연결된 해상선로가 생생한 사례다.

신당진-신온양 간 송전선로 대안노선 검증을 위해 당진군대책위원회와 한전이 공동으로 구성한 ‘타당성 합동검증위원회’는 지난 1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상선로를 운영하고 있는 인천 영흥화력-신시흥 변전소 간 345kV 해상 송전선로 구간을 방문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인천의 대부도 옆에 위치한 영흥도의 영흥화력발전소. 수도권 전력공급의 핵심으로 꼽히는 발전설비 160만㎾(1기당 80만㎾)의 석탄화력발전소이다. 1기당 발전용량이 핵발전소와 버금간다는 80만㎾로 국내 석탄화력으로서는 최대규모다. 물론 정부와 한전의 계획대로라면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의 자리는 조만간 1기당 100만㎾의 용량을 자랑하는 당진화력 9·10호기에 넘겨주게 된다. 이 발전소로부터 신시흥 변전소까지 137기의 철탑이 바다와 호수, 산을 가로 질러 서 있다. 모두 72km의 구간 중 바다와 호수를 지나는 해상선로는 모두 35km에 달하며 89기의 철탑이 세워져 있다. 총 사업비 4300억원을 들여 지난 1998년 7월 착공해 2004년 준공했다.

발전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홍보관 앞에서 본 해상철탑은 당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송전철탑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분명 바다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철탑의 높이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80~160m, 무게는 평균 150t 정도다. 바다 위 철탑은 아래에 박아놓은 파일 길이만 40m에 이른다. 철탑 하나를 만드는데 32억원이 들어갔다고 한다. 한전 해외사업처 류인진 차장은 “영흥화력-신시흥변전소 간 해상선로는 서해를 통과하는데 이 구간의 철탑 중 항상 바다에 잠겨 있는 철탑은 4개이며 나머지는 조수에 따라 드러나고 잠기기를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해상선로 건설을 위해 각종 신공법이 동원됐다. 해상으로 레미콘을 옮기기 어려워 해상 바지선 위에 레미콘 공장을 만들어 직접 시공했다. 바다 위의 전선 가설을 위해 헬기가 이용됐고 수심이 깊은 곳에 세워지는 해상철탑 공사를 위해 재킷 파일 공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바다 구간에서 150m가 넘는 높은 철탑을 조립하기 위해 300t급의 해상 크레인 을 동시에 사용하고 전선도 바다 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했다. 새로운 전선은 인장강도를 크게 높여 기존 철탑간 거리를 300m에서 600m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한전은 지난 2006년 미국 에디슨전기협회(EEI)로부터 에디슨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디슨대상은 1922년 시상을 시작으로 전력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전력회사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세계 전력산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시화호. 이 시화호에는 현재 60개 정도의 해상철탑이 세워져 있다. 육상과 달리 산과 같은 장애물이 없기 때문에 일직선으로 연결된 여러 기의 철탑이 한 눈에 보인다.

한전 해외사업처 류인진 차장은 “당초 시화호 바깥쪽의 서해 상에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높은 파도와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시화호 방조제 안쪽으로 건설하게 됐다”며 “시화호 방조제에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당초 방조제의 기초설계가 철탑시공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말했다.

물론 현장을 견학한 주민대책위원회와 한전 측 검증위원들은 분명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대책위원회 측은 아산만이 인천 영흥 앞바다 보다 수심도 얕아 공사가 수월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인 반면 한전 측은 공사기간이나 사업비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사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타당성 합동검증위원회’는 간사단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대화와 의견교환을 통해 신당진-신온양 간 송전선로의 대안노선에 대한 타당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해설

고압 송전선로의 환경적 영향


국제보건기구 “고압송전선로 백혈병·암 발생 위험”

한전의 신당진-신온양 송전선로 건설로 인해 지역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된 고압 송전선로는 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현지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압 송전선이 방출하는 유해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몇 가지 영향 중에서 특히 우려할 만한 것은 발암 위험과 생식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2007년 한 방송국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상촌마을은 한전 변전소와 고압송전선로가 건설된 이후 10여년간 주민 120가구에서 무려 29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충남 청양군 청수리에서는 1983년 전력소가 들어선 이후 사망한 100여 명 중 50대가 50%를 넘고 있으며, 특히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철탑 아래 살던 주민이 원인도 모르게 4명이 사망한 예도 있다. 청양전력소 인근에 위치한 성진목장 대표는 154만KV 송전선 아래에서 17~18년간 40~50마리의 송아지가 죽어 나갔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청천동과 계양구 작전동 등 154만KV 고압송전선, 송전탑 주변 지역 주민 119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를 부평구 녹색연합에서 설문조사한 것을 보면, 조사결과 대상자의 41%가 두통, 소화기 질환, 생리장애, 암 등 질병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2001년 6월 “극저주파(고압선) 자기장은 잠재적 발암물질(2B등급)로 4mG 이상의 고압선 자기장 노출과 소아 백혈병 위험 증가는 통계적으로 일관된 상관성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01년 10월 “4mG 이상 자기장에 노출된 어린이 백혈병 위험은 2배로 상승한다”며 “신규 고압선 부지 선정 시 지방정부 및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고압 송변전 시설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더욱이 세계보건기구들의 위와 같은 입장발표로 인해 이제는 주민들의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비합리적인 불안감’이나 ‘님비현상’이라고 몰아붙일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환경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고압 송변전 시설 건설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며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규제 장치를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주택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학교의 지붕위로도 송전선로 설치가 가능하도록 허용해주고 있는 현재의 제도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는 한 고압 송전선로로 인한 전자파 피해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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