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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소개
  • 입력 2009.07.20 00:00
  • 수정 2017.08.07 16:09
  • 호수 770

당진읍 읍내리 정 국 씨가 추천하는 <제주 걷기 여행>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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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국 당진읍 읍내리

“다시는 너를 불쌍하게 놔두지 않을게. 가끔은 하늘도 올려다보고 노을도 지켜보게 해줄게. 이곳 바다와 하늘을 두고 너에게 약속할게.”
어린 시절 나에게 친구가 돼 주었던 산과 바다와 하늘은 이젠 의미없이 지나치는 건물 광고판처럼 내게 버림받은 존재가 된지 오래다. 이젠 더 이상 들에 누워서 하늘에 떠 있는 구름으로 사슴을 만들지도 갈매기를 만들지도 못하게 되었으며 보리와 잡초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잊혀져가는 어린 시절의 감성을 아주 가까운 곳으로 불러낸다. 제주 사투리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간세다리”가 되어보라고 한다. 천천히 걷기를 통하여 명화속의 빡빡한 그림보다는 여백이 되어보라고 권한다. 천천히 걷게 되면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그냥 스치듯 지나치는 바람마저도 내게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오며, 그로인해 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천천히, 단순하게, 여유롭게 들러보면서 걷는 것 자체를 느끼고 즐기라고 한다.
작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 800km를 한 달 동안 걸으면서 고향인 제주에 산티아고 길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23년간의 기자생활을 접고 제주로 내려가 '(사)제주올레(www.jejuolle.org)'를 만들어 제주 고유의 마을길을 열고, 끊어진 길을 다시 이어붙였다. 되도록 사람 손이 타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길, 제주 토박이도 절로 감탄할 수밖에 없는 길을 만들고 있다. 산티아고 길이 ‘내륙의 길’이라면 제주올레는 ‘바다의 길’이다.
제주 사투리로 ‘자기집 마당에서 마을의 거리길로 들고나는 진입로’를 “올레”라고 한다. 제주는 바람이 강해 따로 대문을 만들지 않았으며 그 바람을 피하는 방법으로 제주돌담을 마당 입구에서 마을길까지 쌓은 “올레”가 생겨났다고 한다. 외부로부터 안전하고 어린시절 놀이터가 되어준 “올레”를 제주 바다에 펼친 것이다. 오래된 마을길을 걷고, 오름을 오르고, 백사장을 걷고, 해녀가 지난 길을 걷는다. 험한 길이 없어서 어린아이를 포함한 가족과 여성 소그룹이 많이 찾는다. 2007년 7월 중순 1코스가 개장된 이후 지금까지 13코스가 개발되었으며 한 코스를 걷는데 대략 6시간 내외다.
책은 총 5개 파트로 나뉘어 제주올레코스의 개척과정, 올레꾼의 다양한 경험담과 제주올레를 대표할만한 명물 토박이와 그 삶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작가는 “굳이 제주올레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자연과 더불어 호흡할 수 있는 길이라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리산 자락을 천천히 일주할 수 있도록 지리산 둘레길(www.trail.or.kr) 5개 코스(62km)도 개장되었으며, 강화도 걷기투어도 추천할만하다.
올해가 가기 전 꼭 한번 걷고 싶다.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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