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 평소 근면성실하기로 주위의 칭찬이 자자한 농촌총각이 IMF시대에 혼례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전통혼례를 치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송산면 가곡2리의 조그만 농가 앞마당에서는 이집 주인이자 올해 서른아홉된 노 총각 김경환씨의 조촐하면서도 의미있는 전통혼례식이 치러졌다. 멀리 경상도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이게 된 김씨는 일찍 아버님을 여의고 5남매의 가장으로 집안을 이끌어오면서 근검절약이 몸에 밴 성실한 농촌총각이었다. 김씨는 IMF다 경제위기다 해서 주머니 사정이 너나없이 어려운 때를 맞아 일생에 한번뿐 인 혼례식을 예식장이 아닌 집앞 마당에서 치르기로 신부와 합의하고 이날 온 동네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이 마을에서 전통혼례가 다시 선보인 것은 20여년만이라고 한다. 그동안 마을에 혼례는 많 이 있었지만 당진에 있는 예식장에서 혼잡함 속에 부랴부랴 치르다보니 하객들은 신랑신부 의 얼굴 한번 보기 어려웠고 봉투나 내밀고 피로연장으로 직행하는 게 일상적인 혼례식 풍 경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비록 깔끔하고 화려한 예식공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모처럼 구경 하는 전통혼례에 하객들은 마냥 즐거워하며 끝까지 신랑신부의 혼례를 지켜보았고 노인들은 희미해진 옛기억을 끄집어 내 제대로 된 전통혼례를 치러주기 위해 ‘고증’을 아끼지 않았 다. 마을 아낙네들은 줄줄이 찾아오는 하객들에게 대접할 국수를 삶아 내느라 쉴틈이 없었다. 예식장 결혼식보다 번거롭고 힘들었지만 모두들 기쁜 표정이었다. 꽃샘추위가 불혹의 나이 를 코앞에 둔 노총각의 뒤늦은 새출발을 시샘하듯 찾아왔지만 사진관에서 닳고 닳은 사모관 대를 빌려 쓴 신랑 김씨나 차디찬 땅바닥에 앉아 연거푸 절을 하고 술잔을 받아야 했던 신 부나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백여만원이 넘는 예식장 비용을 한꺼번에 줄이고 동네어른들의 신명나는 풍물놀이까지 축 하공연으로 선물받은 신랑 김경환씨는 이날 신부의 고향인 지리산 쪽으로 신행길 겸 신혼여 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