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론/이민선 새마을지회 사무국장-인정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민선



인정의 그림자



한해가 저무는 마지막 달에 접어들었다. 춥고 배고픈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서러움을 느끼는 계절이면서 그만큼 인정어린 손길이 아쉬워지는 때이다.

이즈음에는 서로가 아주 가깝게 몸을 마주해도 역겨운 땀냄새를 별로 느끼지 않고 따뜻한 체온이 전해질 수 있다. 이것은 차가운 날씨라는 요인에 앞서 어쩌면 어려운 시절이 돌아왔으니 이웃과 가까운 사람끼리 거부감 없는 마음으로 싸안고 보듬어 주라는 조물주의 섭리인가도 싶다.

그래서 정신없이 자기혼자 살기에 빠져있다가도 은종이가 초저녁 불빛에 반짝거리고 캐롤이 울릴 때 쯤이면 주변을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것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의 심성인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이들의 훈훈한 온정이 추위를 녹인다. 더구나 구제금융 한파 속에 여건들이 예전같지 않은 현실에서 더불어 살려는 아름다운 선행들이 끊이지 않고 줄을 잇는 것은 영원히 간직해야 할 우리들의 미풍양속임에 틀림없다. 혼자 사시는 노인이나 어린가장들에게 김장을 대신해 주는 봉사단체들이 있는가 하면 한 됫박 두 됫박 쌀들을 모아서 전해주는 모임들도 있다.

관내에 이렇다 할 사회복지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가까운 아산의 양로원이나 음암의 복지원, 태안 노아의 집에 많은 사람들이 한 보따리씩 이고 들고서 다녀오기도 한다. 그곳에 계신 분들의 실정이 어쩌면 내 처지일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심정에서 순수한 적선의 행동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중에서 요근래 심상치 않은 한 단면을 자주 보게 된다. 충청북도에 가면 한 종교단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널리 알려진 대규모 복지시설이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오래전부터 많은 분들이 이곳에 가서 견학도 하고, 위문품도 전달하는 등 하나의 선행코스로 관례화 되어 있을 정도이다.

사실 그곳을 한번 가서 둘러본 사람이면 사람이 저렇게 살아가는구나 하고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귀중한 자성의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값진 교훈을 주는 복지시설이 언젠가부터 다녀오는 단체나 일행들마다 또 다른 일면을 토로한다. 한마디로 “내가 여기를 꼭 와야 했나”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는 것이다.

한 권에 만원씩하는 책이나 방문기념 뺏지 등을 판매하는 것은 운영기금을 적립한다는 명분으로 볼 수 있다지만 기가 질릴 정도의 초현대식 시설이나 잘 짜여진 운영체계 등을 둘러본 방문객들은 오히려 헌옷 몇점 들고간 자신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다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사람의 왕래가 잦고 홍보가 잘 되어야 지원금이 많이 나온다는 관계자의 노골적인 독백에는 아연해 한다. 즉, 가져오는 물건이나 위로의 눈길은 관심에서 멀어지고 복지시설에 입장하는 사람 숫자에 무게를 두는 듯한 분위기에 더욱 씁쓰레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물론 베풀고 도와주는 것을 물질의 과소나 한정된 지역, 이데오르기와 인종 등 여건과 형편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가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실정이 가장 어려운 대상부터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굶고 있는 북한동포나 아프리카 난민들의 생존도 존엄시 되어야 한다. 능력의 범위에서 적극 도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내 주변에 사지를 못쓰는 장애인이나 끼니 못때워서 부황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본 다음의 일이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