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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산
2004년 12월 17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진솔하게 보여주는 영웅의 일생

영화 속엔 많은 영웅들이 존재한다. 악당들을 물리치며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일명 ‘~맨’들과 작은 일상 속에서 많은 좌절과 고난을 이겨내며 진정한 인생의 승리를 거두었던 현실의 영웅들이 영화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눈물과 감동, 희열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모든 영화 속 영웅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분명 악한 영웅도 있을 것이고,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는 비열한 영웅도 있기 때문이다.

<역도산>의 주인공, 역도산 역시 우리가 흔히 아는 ‘좋은 영웅’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본인들 앞에서 일본 군가를 부르고, 전쟁 패망으로 낙담하는 일본인들에게 레슬링으로써 통쾌함을 전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어찌 보면 일본인들에게는 영웅이지만, 스스로 ‘조선인도 일본인이 아닌 세계인’이라고 부르짖는 그를 우리는 과연 영웅으로 부를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이던 때, 스모 선수 역도산은 스폰서인 칸노 회장의 눈에 뜨이기 위해서 자작극을 펼치고, 그 결과 아내가 될 여성과 많은 지원을 받게 된다. 그 후, 스모 대신 새로운 스포츠로 각광을 받던 레슬링에 입문한 역도산은 미국에서 유명세를 날리며 일본으로 와서 대단한 인기를 얻게 된다. 역도산은 ‘천황 아래 역도산’이라는 명예와 함께 부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안 공포증이다.

<역도산>은 이렇듯 특별하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드라마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역도산이라는 인간의 전기 영화이다. 그래서 영화는 연대기적 방법으로 그의 일생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그 안에서 그는 성공과 좌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할리우드의 요란한 블록버스터 영웅 영화들과 달리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레슬링의 황제일 것만 같은 역도산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비열한 방법을 쓰기도 하는 역도산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의 영웅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역도산의 역할을 위해 몸무게를 늘리고, 일본어 연기와 대역 없이 레슬링 연기를 한 설경구의 노력이 한 눈에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레슬링 장면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으며, 일본어가 97% 이상 나오기 때문에 자막을 읽어야 한다. 지금 20~30대들에겐 낯선 인물이며, 그 이상의 세대에겐 잊혀져가는 인물인 역도산을 재조명하는 영화 <역도산>. 하지만 조선인임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역도산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역도산>이라는 영화를 왜 만들어야 했으며, 왜 우리는 그토록 이 영화에 열광을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점을 남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역도산>은 역도산이 세상을 떠난 지 41주기가 되는 지난 12월 15일에 개봉됐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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