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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1998.08.17 00:00
  • 호수 236

사망자 대부분 60~80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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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떠나보내고 쓸쓸히 노후보내다 참변
고대면 정상수씨, 어린아들덕에 참사 면해

이번 수해로 우리지역에서는 모두 7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특히 사망자 대부분이 자식들을 외지로 떠나보내고 쓸쓸히 노후를 보내던 노인들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대호지면 조금리 장용길(84세)·조한(80세)씨 부부는 8일밤 집중호우로 집 뒷산이 무너져내려 사망했다. 4남3녀의 자식을 두었으나 모두 인천등지로 나가 살고 있다. 허름한 흙벽집이 형태도 없이 주저앉아 이들 노부부의 장례는 대호지면 복지회관에서 치러졌다.
송산면 당산1리 최병수(65세) 할아버지는 산사태로 집바깥 화장실이 무너지자 이를 살피러 밖에 나갔다가 자신도 변을 당하고 말았다.
산사태가 안방을 덮쳐 목숨을 잃은 순성면 성북리 박순흥(68세) 할머니도 자식들이 모두 출가해 혼자 살던중 참변을 당하고 말았다.
역시 산사태로 집 반쪽이 전부 무너져 목숨을 잃은 정미면 천의2리 김종호(54세)씨는 장애인으로 자식도 없이 부인과 단둘이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다 한많은 세상을 등지게 됐다. 부인은 다행히 집을 빠져나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마땅히 빈소를 차릴 곳이 없어 참사현장에서 동네사람들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이들 외에 당진읍 수청리에 살던 이익주(41세)씨도 산사태로 숨졌으며, 9일 당진극장 앞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김경애(56세, 여)씨도 수해로 인한 사망자로 처리돼 이번 수해로 모두 7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그런 가운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아들덕에 참변을 모면한 사연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고대면 옥현리에 사는 정상수씨.
정씨의 집도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나 안방과 건넌방, 대청마루가 전부 무너져 버렸다. 그러나 정씨는 멀쩡하게 살아 있다. 호우가 쏟아진 8일, 무슨 이유에선지 이날 아침부터 초등학교 3학년인 외아들 재석이가 인천에 사는 할머니 집에 가자고 옷을 세번식이나 갈아입는 등 끈질기게 졸라대 결국 이날 오후 정씨는 아들과 함께 인천으로 떠났던 것이다.
바로 그날밤 정씨는 마을 반장님으로부터 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내려와 무너진 집을 바라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고 한다. ‘아들녀석이 아니었으면 어찌됐을까’
정씨는 “집 무너진 꼴을 보니 죽는 고통도 모르고 그대로 저세상으로 갈 뻔 했다”며 “아들녀석이 새삼 다시 보이더라”고 아찔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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