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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2005년 04월 29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조선 말엽 연쇄 살인 사건 미스테리를 풀어라

2003년 한국 영화 박스 오피스에서 1위를 했던 영화를 기억하는가?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이 영화는 80년대에 발생했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그린 영화로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이기에 영화에서도 완벽한 결말로 끝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한동안 화성 사건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 가곤 했다. 그리고 2004년 7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잡히면서 또 다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얘기들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런 사건이 중요한 소재가 되어 연쇄살인범을 쫓으며 관객들과 머리 싸움을 하는 미스테리 영화로 탈바꿈해서 나타난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영화의 끝은 항상 범인이 잡히면서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범죄의 잔인성을 각인시킨다.

<혈의 누> 역시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타의 영화와는 달리 시대를 현재가 아닌 19세기 초 조선시대로 이동시킨다. 제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외딴 섬 마을 동화도에 어느 날 조정에 바쳐야 할 제지가 수송선과 함께 불타는 사고가 벌어진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고자 수사관 원규(차승원)와 그 일행이 동화도로 파견된다. 섬에 도착한 첫 날, 화재사건의 해결을 서두르던 원규 일행 앞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혈의 누>는 고립된 섬을 무대로 7년만의 복수라는 원한에 얽힌 사연들을 사극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르로 풀어나간다. 또한 5명의 사람이 순차적으로 살해되면서 과거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사건의 실마리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힘은 더 이상 강해지지 않고 점차 힘이 빠져 버리고 만다. 누가 범인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하는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인 만큼 결말 부분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혈의 누>의 결말은 반전이라고 하기엔 몇 % 부족한 채로 끝나버리면서 아쉬움을 더한다.

장르에 걸맞게 공들여 세운듯한 세트와 미장센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지만 사지를 찢어 죽이는 형벌 장면은 지나치게 잔혹해 보기 불편한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코미디 연기의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차승원의 진지한 모습과 사극에 처음 나온다는 지성의 연기는 관객들이 평가 내려야 할 것이다. <혈(血)의 누(淚)>는 피눈물이라는 뜻으로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에서 제목만 빌려오고 내용은 전혀 관련 없다고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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