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읍 신시장에서 13년째 야채상을 하고 있는 김덕자(43세, 여)씨는 이 근처에서 가장 큰 피해자. 김씨는 한보가 기초공사를 하던 시절부터 벌써 몇년째 지금껏 한보공장 인근식당에 야채를 조달해왔다. ㅈ식당, ㅇ식당, ㄱ식당등 김씨가 각종야채를 조달해온 곳만도 한보근처 식당 전체의 2/3가량이나 된다. 이렇게 그 바닥에 깔아놓은 미수금이 1억여원. 폭리를 취하지 않아 꾸준한 납품이 가능했다는 김씨는 느닷없는 한보의 부도로 속병이 다날 지경이지만 그렇다고 잠시도 일손을 놓을 새가 없다. 부도가 났어도 한보에 납품했던 것이라면 확실한 기약이 있겠지만 주로 인부들이 사먹는 근처 식당 여기저기에 갖다 풀어준 야채값은 받을 기약이 없다. 며칠전에도 식당들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보따리 싸고 가버린 사람도 있고 막상 식비를 못받아 사정이 딱하긴 마찬가지인 식당주인들을 보면 돈을 달라고 보챌 수도 없다. ‘어떻게 한 장산데...’ 김씨는 저녁 6시 집을 나서 새벽 5시 서울도매시장을 나올 때까지 찻간에서 잠시 눈을 붙일 뿐 남들처럼 편한 밤잠 한번 제대로 자보지 못햇다. 그리고 그렇게 5남매를 키웠다. 가끔 시골서 재배한 야채를 갖고 나오는 지역 아줌마들에게도 후하게 값을 쳐준다는 김씨. 김씨의 바램은 지금 딱 한가지다. “어떻게 되든 빨리 회사가 제대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아무도 어떻게 될거라고 얘길 안해줘서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