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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2005년 09월 02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배용준을 위한 한류 멜로드라마 마케팅

열대야로 밤새 뒤척이며 잠 못 이루던 때가 언제였냐는 듯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만인이 기다리는 우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화계 최대 성수기 중에 하나인 추석 시즌을 맞기 위해 <외출>, <형사>, <가문의 위기> 등의 걸출한 한국 영화가 총출동 한다.

이 중 영화 제작 전부터 배용준의 캐스팅 때문에 많은 얘기가 오고 갔던 <외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라는 영화를 통해 한국의 새로운 멜로드라마를 선 보였던 허진호 감독의 작품이다. 기존의 최루성 멜로드라마와 달리 롱 테이크(오래 찍기)와 롱 샷(인물의 전신이 보이는 장면)의 사실적이면서 거리감 있는 화면을 통해 감정이 절제된 건조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허진호 감독이 배용준이라는 한류 스타를 어떻게 영화 속에 표현했을까에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아내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인수(배용준)는 곧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서영(손예진)도 남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고, 그 곳에서 인수와 서영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인수의 아내와 서영의 남편이 서로 불륜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에 의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 후 간호를 위해 병원 옆 모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게 된 인수와 서영은 매일 스쳐지나가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영화를 크게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로 나누어서 보는 경향이 있다. 쉽게 얘기해 흥행을 생각하는 영화와 흥행보다는 감독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맘껏 보여주는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출>은 어디에 두고 보고 것이 좋을까? 사실 허진호 감독은 상업과 예술 영화의 중간 지점에서 모든 장점들을 골고루 취하며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지만 이번 <외출>은 철저하게 상업성에 치우친 면이 적지 않게 보여지고 있다. 그의 주특기였던 정적인 화면 구성은 핸드헬드 카메라와 클로즈업 등으로 전환이 되면서 계속적으로 두 주인공의 얼굴과 몸을 훑는다.

이는 배용준이라는 거대한 한류 마케팅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배용준을 보여주고, 그의 근육질 몸매를 보여주면서 <외출>의 해외 진출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국 관객의 입맛에는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감칠맛 대신 지루함을 전해주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도대체 수많은 시나리오 작가들은 무엇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구성은 엉성하고, 한국 멜로드라마의 고질병인 가족의 부재는 여전하다. 그로 인해 영화의 현실감은 온데 간데 없고, 따뜻함보다는 캐릭터에 더 이상 감정 이입 될 수 없는 거리감으로 인해 차가운 느낌을 준다.

풍성한 계절인 가을에 보기엔 너무나 쓸쓸할 것 같은 영화로 거의 비슷한 내용과 구성을 가진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와 비교해서 보면 좋다. (9월 8일 개봉 예정)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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