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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미가’ 사건 항고, 대법원서 결정
2006년 01월 20일 () 14:02:00 webmaster@mjmedi.com
“양약기준 끼워 맞추기, 대법원 법리해석 듣겠다”
항소심, 성분파악 않고, 직접조제 위장은 잘못

지난 2004년 11월 말 한의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일명 ‘동의미가’ 사건이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이 나게 됐다.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성철 부장판사)가 12일 비만치료제를 공급받아 판매하다 적발된 한의사 15명이 제기한 항소 및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데 대해 김모 한의사 등 12명이 18일 대법원에 항고했다. 이민 등의 이유로 해외에 나가게 되는 3명의 한의사를 빼고 전원이 항고한 것이다.

김모 한의사는 “항고는 처벌을 줄이거나 행정처분을 피하기 위한 게 아니라 양약을 기준으로 하는 약사법에 한약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적 해석을 듣기 위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처분을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의계가 추진하고 있는 독립한의약법 제정 등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항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일반인들도 마황과 같은 한약재를 길거리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데 식품의 약효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약사법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항고를 포기한 한의사들은 1심 결정을 받아들여 벌금을 납부했던 사람들에 준하는 행정처분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보여 진다.
1심에서는 무혐의와 기소유예 그리고 벌금형이 내려졌고, 벌금형을 수용한 한의사들은 복지부로부터 ‘의료인의 품위손상’을 이유로 영업정지 1개월의 처분을 받은바 있다.

부산고법은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이 ‘경신보원’이라는 비만치료제를 판매하면서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인들이 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제외하고, 특정 목적에 사용되는 것으로 인식되거나 약효가 있다고 표명된 경우에는 의약품으로 판단되어 약사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무허가 의약품 제조업자로부터 부정 의약품을 공급받아 비만환자에게 직접 처방해 조제한 것처럼 속여 판매하고, 구체적인 성분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환자와의 신뢰와 의료인의 윤리를 저버린 행위로 엄벌해야 하지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부작용이 없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한의사는 식품제조업 신고를 마친 회사가 만든 제품이고, 치료 보조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을 “의약품으로 신고해야 했다는 것을 몰랐다”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 사건의 경우 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에서 논문이 발표됐고, 한의사협회 기관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광고가 이루어졌다. 또 주변 동료한의사들로부터 임상효과나 부작용에 대해 논의가 있어온 상태에서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으나 식품으로 분류된 것을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투여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의사들의 일반적 정서이다.

박종언 한의협 자문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에 근거한 한약재에 대해서는 그것이 비록 식품으로 분류돼 있더라도 한의사가 자유롭게 한약원료로 처방할 수 있다 ▲제품화 된 식품이라도 한의학원전에 근거한다면 당연히 한의사는 처방권이 존재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사가 상품의 구성성분을 정확히 몰랐다거나, 식품을 의약품으로 투약했다는 이유만을 가지고 의료인의 품위 손상을 적용한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식품을 의약품으로 투약했다는 것보다는 성분표시를 허위로 한 것과 열악한 제조환경이 사건을 더 확대시켰다”며 “이러한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의료인의 품위 손상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경신보원’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된 이 제품에는 성분 표시와는 달리 식품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마황, 대황, 포황, 대복피, 행인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었다.
서울 강남의 모 한의사는 “처방의 구성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환자의 병증만을 보고 투약했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의료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한의사가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 보장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부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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