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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無極)
2006년 01월 25일 () 17:04:00 webmaster@mjmedi.com
   
 
아시아를 아우르는 초절정 환타지

최근 100억원 이상이 들어간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흥행에서 실패하고, 그 자리를 인기 없는 장르인 사극에다가 유명 배우도 없고, 제작비도 많이 안 들어간 <왕의 남자>가 대신하면서 영화 관객들의 영화 관람 눈높이를 상향 조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그 전, 우리가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주는 영화에 넋을 놓고 환호를 했던 것과 달리지금은 좀 더 꼼꼼하게 볼거리와 함께 이야기의 구성을 보면서 좋은 영화의 잣대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또 한 편의 대작 영화가 최대의 영화 성수기라고 할 수 있는 설날 연휴에 개봉되었다. 몇 년 전 할리우드에서 무협 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와호장룡>의 인기에 힘입어 대작 무협영화들이 연이어 개봉되는 시점에 첸 카이거 감독의 <무극>이 어떤 반응을 이끌지는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장동건이 참여하는 등 한국, 중국, 일본의 유명 배우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시간을 알 수 없는 미지의 대륙. 빛보다 빠른 초인적 능력을 지닌 노예 쿤룬(장동건)은 야망으로 불타는 장군 쿠앙민(사나다 히로유키)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장군의 갑옷을 입고 그를 대신해 왕국으로 떠난 쿤룬의 눈 앞에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왕비 칭청(장백지)이 나타나고 그는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다. 쿤룬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왕비를 지켜내지만 왕비는 장군의 갑옷과 가면을 쓴 쿤룬을 장군인줄만 알고, 그는 차마 그녀에 대한 자신의 애틋한 사랑을 전하지 못한다.

첸 카이거 감독은 <패왕별희>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감독으로, 중국의 장예모 감독과 함께 제5세대 감독으로서 중국 영화의 예술을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를 했었다. 하지만 점차 중국의 변화와 발맞추어 첸 카이거 감독 역시 이전에 선보였던 자신만의 영화 미학 대신 스케일과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영화는 아무리 볼거리가 많다하더라도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면 관객들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되는데도 <무극>은 전반적인 이야기 구성과 캐릭터의 세밀한 묘사를 놓치는 큰 실수를 범하고 있다.

300억원 이상의 제작비와 아시아를 아우르는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화려한 CG를 활용해 할리우드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했지만 <무극>은 아쉽게도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너무 많다. 물론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성도 있지만 이미 많은 관객들이 <반지의 제왕>와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서 다져진 눈을 다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마 중국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된 듯 중국에서는 역대 최다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지수이다. ‘무극(無極)’, 즉 한계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 <무극>에서는 어느 정도의 한계를 느끼며 봐야할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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