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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7.26 00:00
  • 호수 284

[건축문화의 해 기행수필]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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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나무로 기둥삼느니 내가 기둥하겠소

눈꼽쟁이 창으로 본 옛날 9 - 미국나무로 기둥삼느니 내가 기둥하겠소

지난번에는 진천사(꾸민 이름)가 지어진 풍수 사연을 봤다.이번에는 이어서 그 절의 건축적인면에 가까이 가보고자 한다. 이 집을 지은 목수는 일보다 고집으로 더 소문난 사람이었다. 삼국시대 이후로 처음 짜서 짓는 이 집에는 십여미터가 넘는 고주(高柱 :건물 가운데 부분에 세워지는 큰 기둥)가 필요하고 나머지 재복들고 일반 절집 보다는 규모가 훨씬 컸었다고 한다. 큰 재목을 나라안에서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외국의 미송을 쓰자고 했더니 이 목수는 벌컥 화를 내며 입을 댓발이나 내밀고는 일손을 놓고 숙소에서 꼼짝 않으며 깡소주만 대접으로 벌꺽벌꺽 하더란 것이다. 그를 달래러 간 공사감독 비구니스님이 "깡소주하고 큰 기둥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요>" 술취한 목수 말이 "옛날에는 머리맡에 버선장 같은 작은 목물(木物)을 짜려해도 나무를 마름질해서 그 진을 빼려고 갯고랑에다 몇 년씩 묻었었지유." "갯고랑하고 지금 목수님 심술 하고는 또 어떤 인연이 있나요?" 비위가 틀린 목수가 킁킁대며 "미국네 나므로 기둥을 세우느니 차라리 내가 그 기둥 노릇 할라구요. 내 몸뚱어리는 그래도 한국 토종 아니해유." "그럼 깡소주로 토종 큰기동(목수 몸통) 감어리 진을 빼고 계신 겁니까?" 아차! 비구니스님, 말을 하고는 가슴이 벅차는 진한 감동을 받고 그 목수헌테 큰 스님께나 올리는 큰 절을 삼배 올렸다 한다. 그 후 고집을 세운 큰 목수, 신이 나서 강원도 산골을 뒤져서 맞는 재목을 마름질하다 툭하며는 며칠씩 공사장을 비우더란다. 하루는 새끼 목수가 "바뿐디 워딜 그리 댕기신대유?" "경주에 갔었어." "무슨 일루유?" "경주 황룡사 구층 절집 보려구." "에이 그 집은 옛날 잇적에 다 타 버렸는거 나두 다 안단말유. 그짓말 말유. 요새 또 이쁜년 생기신 것 아닌감유.?" "야! 임마! 불난 집은 집이 아니냐구. 그래도 황룡사는 황룡사여,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이 남아 있지만 그 집은 1층만 쓸 수 있고 나머지는 사람이 못쓰게 지었단 망이야." "그럼 황룡사는유?" "그 집은 구층을 다 썼디유." 큰 목수의 속을 헤아린 새끼 목수 "물 배우긴 배웠슈?" "옛날 신라시대 집 기초하는 법으로 해야겠다는 맘을 배웠지." "워떤 기술이래유?" "떡시루 기초법이여. 모래 한켜 넣고 물로 다지고, 진흙 넣고, 자갈 한켜, 백토 한켜, 계속 되풀이 해서 하는 기여." 이 법은 황룡사를 발굴하면서 배운 기술이란다. 지금도 그 기초는 돌덩이로 굳어져서 포크레인으로 헤쳐내지도 못한다고 한다. "...립스틱 짙게 바른 나는 옛날 얘기 앞에만서면 왜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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