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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2006년 07월 14일 () 11:02:00 webmaster@mjmedi.com
   
 
공지영의 시와 진솔한 내면 고백

혹시 ‘비’ 좋아하세요? 가수 ‘비’ 말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 말이에요. 저는 무척 좋아한답니다. 때론 우산을 지니고서도 홀딱 젖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래서 한동안 “내가 이토록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 고민해보았습니다. 사춘기 시절 ‘소나기’를 읽으며 그렸던 화면의 잔상도 있고, 비가 지닌 음습(陰濕)한 기운이 나의 ‘급박지심(急迫之心)’을 침잠(沈潛)시켜주는 까닭도 있지만, 결국은 내가 알면서 또 모르면서 지은 죄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떨어지는 비를 심신(心身)으로 맞노라면, 마치 ‘세례(洗禮)’를 받듯이 ‘씻김’을 받아 언젠가는 맑고 깨끗한 모습으로 거듭나리라 꿈꾸는 것이지요.

엊그제 독파한 공지영 님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라는 산문집은 이렇게 순전히 책의 제목이 제 취향과 딱 맞아떨어진 덕택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공지영 작가에 대해 이제껏 소위 ‘비호감’이었거든요. 그녀의 여러 대표작 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을 읽은 후 가졌던 견해였지만, 당시에는 가부장적 남성사회에 대한 혐오감이 소설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느꼈거든요. 즉 그녀를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라 단정하고 쭉 외면했던 것인데, 아무튼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 이럴 땐 날씨 탓으로 돌리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지만 -책을 선택하였고, 오해를 해소함과 동시에 감동까지 먹었습니다.

책은 모두 39편에 이르는 타인의 시와 그 시와 연관된 작가 자신의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본디 시인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그녀에게 마음의 울림을 몰고 온 듯한 동서고금의 시 39편을 먼저 싣고, 그 시를 비옥한 토양으로 삼음으로써 한결 풍요로운 열매로 수확된 자신의 글을 이어놓은 형식이지요. 읽다보면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글쓴이의 진솔한 내면 고백을 접하게 되는데, 평소 천박하다 싶을 만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성정의 저로서는 문장 한 줄 한 줄마다 스며있는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에 눈물이 묻어나올 정도였습니다.

특히 동갑내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그렇습니다. 이젠,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말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문득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에는 120% 공감하였습니다.

어차피 내 인생 내가 사는 거지만, 그래도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어제는 비를 원 없이 맞았습니다. 사람들 눈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저 혼자이지도 않았습니다.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통하는 J가 있었기에……. <값 9천5백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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