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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신영복 함께 읽기
2006년 09월 15일 () 13:03:00 webmaster@mjmedi.com
   
 
신 교수의 인간사 총 정리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유시(酉時) 무렵엔 무얼 하시나요? 진종일의 업무를 정리하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아마 대부분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외치면서 ‘물 수(水) 변’을 더한 뒤 ‘주(酒)’님 접견의 장소로 향하리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국민주(國民酒)인 소주 중엔 어떤 주님을 찬양하세요? 저는 한동안 ‘이슬’만을 고집했습니다. 여기에는 예쁜 탤런트의 앙증맞은 ‘복 두꺼비 송’도 한 몫 단단히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처음만치로’, 아니 ‘처음처럼’으로 확 바꾸었답니다. 변절(?)의 이유는 오직 하나! 제품명으로 인쇄된 글씨의 주인공이 바로 신영복 교수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막 출간되어 따끈따끈한 ‘신영복 함께 읽기’라는 책은 소위 ‘신출귀모’에서 신교수님의 정년을 기념하여 만든 단행본입니다. 신교수님과 ‘관계’된 60여명의 필자들이 참여한 덕택에 당연히 ‘여럿이 함께’ 쓴 이 책을 한마디로 규정하자면, 신영복 교수님의 인간사에 대한 총 정리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투옥되기 전후의 성장기와 만 20년 동안의 감옥생활은 물론, 출옥 이후 대학교수로서의 20여년 삶까지도 모두 다루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신교수님의 자질구레한 개인사까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던 사람에게는 필독서인 셈입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사회학·사학·정치학·문학평론·미술사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신영복 교수님의 시서화(詩書畵)와 사유세계를 조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현대사와 지성사에서 신교수님이 차지하는 위치를 파악하여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설정하는데 신영복 교수님의 사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일깨워주기 위함으로 여겨집니다.
2부는 신교수님의 평소 주장처럼 존재론적보다는 관계론적으로 살아오시며 ‘관계’했던 분들이 등장하여 교수님의 풍모를 가감없이 들려주고 있습니다. ‘처음처럼’이라는 어울림체 또는 연대체의 글씨 사용을 허락하며 대체 얼마나 챙기셨을까 하는 속물적 궁금증이 해소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신영복 교수님의 역사를 낱낱이 꿰뚫을 수 있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전에 나온 신교수님 자신의 작품에는 한참 못 미쳤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혹은 ‘엽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그리고 최근작 ‘강의’에서 직접 드러나는 신교수님의 사유세계와 시서화의 감동이 너무 큰 탓입니다.
따라서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화이부동(和而不同)’, ‘여름 징역’, ‘청구회 추억’ 등을 소재로 삼은 글에서 노정(露呈)되는 “글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낱 글자들이 서로 어깨동무하듯 어울려 동지애로 연대감을 북돋는 글씨체를 감상할 요량이면 이전 책들을 재탕·삼탕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른바 ‘신영복체 글씨’, ‘신영복체 그림’, ‘신영복체 문장’을 이룩해 내신 교수님께서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차제에 더욱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실 것을 바라고, 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값 1만5천원>

안세영(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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