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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1.08.27 00:00
  • 호수 384

[애완견 이야기]안승환/목놓아 울고난 엄마의 목소리 “살구가 저를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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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승 환 / 한터우리문화연구소장

내가 이뻐하는 여인이 있다. 나이는 한 삼십쯤이고(겉보기에는 열여덟쯤), 마음이 곱고, 말 행동이 고운 사람이다. 그녀를 길에서 언뜻 만나며는 우리는 친구가 되어서 부담없이 찻집에서 나이를 잊고 세상이야기, 삶에 대한 얘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서로 부족한 쪼가리들을 나누곤 한다.
얼마전에 우연히 마주쳐서는 “바다” 얘길 재미있게 읽는다고 했다.
서로 찻잔을 잡고 앉아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원래 돐배기 인간이나 어린 강아지의 행동, 생각, 그리고 인간이 그들을 보고 느끼는 점은 같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며 그 이유는 그들은 무조건 이쁘다는 것이다. 아무런 조건, 환경, 이해가 없이.
우주, 자연 바로 그것인 것이 그들이라는 것 등 등. 내 얘기를 들은 그 여인은 눈을 반짝이면서 그 눈동자속에 강아지를 기르고 싶다는 강한 모성애 욕망이 삐져서 내게로 왔다.
그후 나는 이곳저곳으로 강아지 구하기 전쟁으로 아프리카 사막, 브라질, 밀림을 뒤지고 있을 때 어떤 분이 강아지를 정분으로 구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란다.
세상이 이상해지니까 별별 예의가 다 있다. 입맛을 다시며 애견센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푸들 강아지 한마리를 사서 그에게 전해주었다. 며칠 뒤 만났더니 강아지 이름을 「살구」라고 지었다며 얼굴이 함박 피어나 있었고 아들을 얻은 듯이 행복해 죽겠다는 몸과 얼굴이었다.
그후 며칠만에 전화가 왔다. 밥을 안자신다는 것이다. 그때 번쩍 강아지가 너무 작았던 것이 맘에 걸렸다. 애견센타에 말을 하니 며칠간 보살펴 주겠다는 것이다. 주인이 참 고운 젊은이구나 하면서 맡겼다. 그후에도 그 강아지는 건강치 못했다. 에어콘 바람에 폐렴이 걸려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
너무 어렸던 탓이란 생각이다.
며칠 뒤 오후에 내게 전화로, “살구가 오늘 저를 버렸어요.” 담담한 그 여인의 목소리였다. 그 담날 새벽에 전화가 와서 깜짝 놀라 받아보니 거치른 음악이 들리는 전화속의 그 여인은 목놓아 울고난 엄마의 목소리였다. “선생님, 그동안 저는 개는 죽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생명에 대해 한번도 가슴앓이 해본 적 없는 제가 생명을 함부로 기르다니 죄송합니다.” “「살구」가 보고 싶어요.” 전화는 끊어졌다. 그러나 내 귀에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미의 울음이 계속 들렸다.

200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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