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독자의 글]강희대/중생의 기도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희대
당진읍 읍내리 계성평화빌라

태어난 고향이 보잘 것 없는 구릉으로 인걸이 태어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오지마을인 바닷가 근처 잿빛 토양 위에서 한 인간으로 태동하여 세상에 햇빛을 보며 자라나 실교하게 되면 장필완우가 된다는 교훈을 잊지 않고 입지년까지 탐구 진력하며 조용하게 비난의 대상이 되지않게 살아온 우민이 있습니다.
이웃과 더불어 공생하며 년상차서와 천분질서를 지키면서 지내온 것이 어언 이순(耳順)이 다 되었으니 여생은 이곳에서 맑은 공기와 숲자라는 소리 들으며 자연에 묻혀 살아가렵니다.
수목사이에서 들리는 소리. 짐승은 죽으려 할 때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은 그 하는 말이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다고 하였습니다. 태어난 곳이 야산아래 손바닥 만한 사토지장 초가인데 갈길은 바로 이곳임을 어찌 아는가?
눈길이 자주 그곳으로 가는 것은 천한(天漢)이 알려줌이 아닌지요. 인심잃지 않아 심산에 있어도 먼 데서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질 않으니 이보다 즐거움이 더 있겠오. 오로지 유인정으로 정도 위에서 선행으로 시은물구보하며 살아왔기에 회귀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 것만 같습니다.
양전에 과목심고 열매얻어 보람갖게 되는 날이 언제인 줄 모르면서 천년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부질없는 일인지 그래도 오늘만은 그일을 어둠이 와도 마쳐야 하겠습니다. 별이 내리고 서리가 차면 만물은 조용히 잠이 들지요.
오늘밤은 그곳에서 미물과 같이 잠을 청할 것입니다.
처소막에 온 지도 한해가 다 되어가는데 왠 일인지 아버지 산소에 예쁜 풀옷이 잘 입혀지지 않으니 정성이 부족해서 그러한가, 천기가 닿지 못해서 그러한가, 이치를 알고자 오늘밤은 아버지 계신 도원을 찾아가 뵈야 겠습니다.
세월은 가을을 만들고 낙엽은 하지부터 질무렵이면 살찐 자옹꿩 떼지어 날으니 산천은 모두 낙원으로 변하면서 밤 익는 소리 부녀자들 한아름씩 쌓이고 풍성한 가을 맛 이곳 아니면 천뢰 소리들어 볼 수 없는 준령산마루 모진풍상에 꺾이어나간 고목의 잔해가 세월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해상(解喪)치 못하고 몇월도 안되어 하산하려하는 마음 괴롭기 그지없습니다. 서운치 마시고 쓸쓸하고 외롭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시면 오히려 더 편안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날이 춥고 비바람이 내리는 날이면 꼭 찾아오겠어요. 찬 이슬담은 구름이 산능에서 일어나고 어둠이 내리는 고요한 밤에는 천유불측 풍우가 있습니다. 조금도 노여워하지 마시고 의관필정숙 하시고 태고의 세계로 접어드는 자시에 모든 것을 잊으시고 평안히 주무십시오.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