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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3.02.17 21:31
  • 호수 1443

허가은 시인의 첫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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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실패 등 크고 작은 시련 속에 피어난 시
넘어지고 쓰러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잠시 주춤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새벽에 일어나 당진천을 뛸 때면 물안개가 가득 피어올라 앞이 안 보여요. 그래도 가다 보면 조금씩 길이 보이고, 그렇게 길이 이어져 있고…. 그게 마치 내 인생 같았어요. 캄캄한 새벽, 안개까지 자욱해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앞으로 나아가면 조금씩 길이 보이고 어느샌가 뭔가를 하나씩 이뤄온 삶이 참으로 신기해요.” 

허가은(본명 허지원) 시인이 첫 시집 <일어나>를 발간했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 오뚜기처럼 섰던 그의 인생을 담은 시집이다. 그는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 삶에서 잠시 주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고 응원을 건네고 싶었다”며 “덜 익은 과일처럼 미흡한 시이지만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터 인생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살았던 그는 2006년 당진에 왔다.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했다. 교통사고와 사업실패 등 크고 작은 시련을 겪으며, 그는 외려 단단해져 갔다. 

힘든 시간을 견뎌내면서 마라톤을 시작했고,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20여 번 완주했다. 춘천마라톤은 11번이나 완주해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했다. 마라톤을 뛸 때 발바닥을 면도칼로 찢는 듯한 고통도, 숨넘어갈 정도로 힘든 시간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도 그와 같았다. 

 

마라톤과 함께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시(詩)다. 지난 2019년 종합문예지 <착각의 시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꾸준히 시를 쓰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를 모아 지난달 30일 첫 시집 <일어나>를 발간했고, 오는 27일 키아라카페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시집에는 어린 시절 고향과 어머니·아버지에 대한 기억, 매일 아침 달리는 당진천 벚꽃길, 사업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간 등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허가은 시인은 올해 첫 시집을 낸 것에 이어 또다른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그는 올해부터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공부를 이어갈 예정이다. 허 시인은 “내 안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담겨 있다”며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 내 안에서 새어 나오는 것을 아름답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허가은 시인은…

- 강원도 홍천 출생 

- 2019년 <착각의 시학>으로 등단

- 한국문인협회·당진문인협회·당진시인협회 회원 

- 당진마라톤클럽 회장

 

일어나

- 허가은 

건재한 발바닥 밑창이 숨이 차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동그라미 무리들 

소 발굽 지나다니던 비릿한 모퉁이 길 

물살을 가르는 빛나는 물새의 발자국같이 

말없이 달려가는 운동화 자국들

실핏줄 찢기고 시려도 

잠들 날 없는 순백 여린 생명 

어둠의 문턱에서 실오라기라도

부여잡듯 길고 짧은 팔 사이사이

시린 밤하늘에 샛별처럼 

민들레 질경이의 간절한 기도 

꿈의 꽃을 피우기 위해 

일어나 달려가는 동그라미 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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