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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입력 2023.02.25 20:10
  • 호수 1444

[의정칼럼] ‘똥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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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고대면 당진포3리와 옥현리 경계에는 ‘똥산’이 있다. 폐업한 비료공장의 진입로를 올라가면 가축분뇨와 음식물쓰레기가 산을 이룰 정도로 쌓여있다. 한겨울인데도 헛구역질이 나는 강력한 냄새가 자욱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야적된 분뇨는 지난 20년간 대호호 수질에 막심한 피해를 끼쳤다. 염솔천을 통해 청정지역인 정미와 대호지에서 옥수(玉水)를 받았던 대호호는 삽교호, 석문호 보다 못한 수질을 보였는데 바로 이 똥산에서 공급된 오수(汚水) 때문이다. 

급기야 똥산의 주인은 감옥에 갔고, 비료공장은 2019년 10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결국 폐업처리가 됐다. 하지만 그는 야적된 침출수와 냄새를 뿜어내는 분뇨와 음식물쓰레기 1만8000톤이 여전히 폐기물이 아니라 비료의 원재료라고 주장하면서 처리를 거부하였다. 

당진시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20년을 지냈다. 대호호는 병들어가고 인근 마을주민들은 냄새로 인해 두통약을 달고 살았단다. 마을 이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싣고 오는 차량의 하차 장면을 잡기 위해 잠복했다는 이장의 전설적인 무용담도 들었다.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지난해 8월 당진지역 4곳의 환경 이슈 현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해 보기로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고대면 똥산이었다. 현장을 방문한 의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진시의 브리핑을 받는 동안에도 엄청난 악취에 몸서리쳤다. 사진과 문서를 통해 표현된 심각성과,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당진시 공무원들의 응급처치와 해결을 위한 그간의 고생은 가히 전설적이다. 장마철에 똥물로 덮인 도로를 치운 일이나 방수포를 직접 덮는 일은 그저 직장인의 책임감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브리핑 지점은 똥산 입구에서 20여m 떨어진 곳이었는데 브리핑이 끝난 후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간 현장은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정리가 된 것이 이 정도라니….

법은 멀고 이익은 가까웠다.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 행정조치는 천천히 진행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분뇨가 폐기물인지 원료인지가 판가름 나는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당진시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태의 시급성으로 보아 행정대집행을 먼저 하고 구상권을 청구할 것을 제안했다. 행정대집행 비용의 회수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주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시급했기 때문이다. 

고대면을 지역구로 하는 김선호 의원은 시정질문에서 이 부분을 다루었다. 마침내 그는 시장에게서 행정대집행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었다. 오성환 당진시장이 당진시청에 간부공무원으로 재직할 적에도 똥산은 존재하고 있었고 그 피해와 고충을 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진시는 폐기물 처리에 약 2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환경부의 국비 지원을 요청하였다. 당진시 자원순환과의 호소에 환경부도 움직였다. 폐기물 무단 방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선량한 인근 주민을 보호할 책임은 국가에게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13일 환경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했다. 시의원들은 들어가 보지 못했던 울타리 안까지 진입한 장관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장관은 그 자리에서 국비 14억 원을 신속히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당진시는 국비 보조내시가 내려오면 예비비를 투입하여서 즉시 이송 매립처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한시라도 빨리 주민들을 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장마라도 다시 시작되면 물먹은 폐기물은 그 양이 늘어나 비용이 더 들어가고, 또 다시 산에서 흘러내리기라도 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똥산이 말끔히 처리되고 훼손된 산림이 복구되면 이 사건도 당진시청의 무용담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건 해결의 공은 끊임없이 노력한 실무 공무원들과 인근 주민들의 것이다. 당진시의회나 당진시장 또는 환경부 장관에게는 20년 간이나 해결하지 못한 책임이 있을 뿐이고, 부끄러움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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