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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푸른들공동체 박국양·조태례 부부 “노숙인에게 새 삶이 되는 첫 집, 푸른들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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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수술로 3000여 명에게 새 삶 선물…300명은 무료 수술
의료 봉사하며 제때 수술 못하는 이들 보며 의료 봉사 시작
면천서 노숙인들이 직접 밭을 일구고 수익 얻는 공동체 운영

알코올 중독이나 사회부적응 등으로 가정에 돌아가지 못하고 갈 곳 없는 노숙인과 함께하는 부부가 있다. 박국양·조태례 부부는 8년째 면천면 성상리에서 푸른들공동체를 운영하며 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다. 

부부는 전남 보성과 순천 출신이다. 우연히 친척으로부터 당진을 소개받았고, 20년 전부터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 살아오고 있다. 푸른들공동체를 꾸리기 전에도 봉사하는 삶을 살아 온 부부다. 의사인 박국양 교수(가천대 길병원)는 36년간 소외 계층에게 430번의 무료 심장 수술로 새 삶을 전하고 푸른들공동체를 통해 노숙자의 자활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국민추천포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0년도에는 장기려의도상을 수상키도 했다. 이 상은 봉사하는 의료인이었던 장기려 박사의 뜻을 기리고자 의학적 성과와 함께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의료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박 교수는 이때 받은 상금으로 노숙인의 생활을 위한 농막을 마련키도 했다. 이처럼 그의 일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봉사’다. 

 

의료 봉사하며 어려운 이들 만나

박국양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6년 전문의가 됐다. 심장 분야 의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흉부외과 명의로도 불리고 있다. 1994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했으며, 그후 1996년 자가 광배근을 이용한 심근성형술, 1997년 심장·폐 동시 이식 등 국내서 첫 성공한 수술이었다. 그는 30년 동안 의사 생활을 하며 3000여 명의 심장을 어루만지며 새 삶을 전했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한 3000여 명 중 300명은 무료로 수술을 받았다. 동남아시아와 해외까지 포함하면 4000여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고. 수술이 아닌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도움을 준 이만 1000여 명의 환자에 이른다.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방학이면 선배를 따라 무료 진료 봉사를 했던 그때만 해도 봉사에 큰 뜻은 없었단다. 하지만 봉사하면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제때 필요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며 삶의 방향이 바뀌어 나갔다. 박 교수는 많은 사람이 건강하길 바랐고, 그후 의료봉사의 길을 걸어왔다. 

“아픈 사람을 치료할 수 있어 보람을 느껴요. 그래서 꾸준히 무료 수술과 진료를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해외봉사를 하다가 보면 집을 많이 비우게 되고, 이로 인해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늘 아쉬움에 남았어요.”

 

노숙인과 함께 하는 삶 이어

박 교수의 아내 조태례 교수(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겸임교수)이면서 동시에 사회복지사다. 남편 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조 교수 역시 봉사하는 삶을 살아왔다. 헌신을 다해 의료 봉사하는 남편을 따라 1990년 말, 의료봉사단체에 속해 함께 활동해 왔다. 봉사하며 복지에도 관심을 가진 조 교수는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005년도에는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동시에 노인복지 미술치료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던 조 교수는, 제자들과 함께 복지실습을 위해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을 찾았다. 이곳에서 미술치료 등 복지프로그램을 진행한 그는 그때부터 노숙인을 돌보기 시작했다. 

노숙인들이 다시 일어서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랐던 부부는 이들에게 땀을 흘리며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빌려줬다. 그리고 차가운 역사 바닥이 아닌 따뜻하게 지낼 거처를 마련해줬다. 배고프지 않도록 밥을 짓기 시작했다. 이것이 푸른들 공동체의 시초다. 그 후 2005년 면천에 공간이 생기며 노숙인, 출소자들과 자립을 목표로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다.  

 

자활과 자립의 가치

노숙인들은 각자 여러 이유로 삶에서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이로 인해 삶의 의욕도 현저히 낮다. 부부는 이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싶었고, 넘어질 때는 다시 잡아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조 교수는 “혼자서 해내려는 의지가 부족하기에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알코올 중독이 심한 노숙인에게는 병원에 데려가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들이 삶을 포기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른들공동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자활과 자립이다. 이를 위해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췄다.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술을 끊는 조건으로 이곳에 입소하면 스스로 농사를 지어 돈을 벌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밭을 가꿔 고구마와 고추를 재배했고 수익금을 벌여 들었다. 지난 2016년에는 농사 수익금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고. 또 자립을 위해 푸른들주식회사를 설립키도 했다. 2017년에는 돼지감자 농사를 지었고, 차를 만들어 판매까지 했다. 

처음에 의욕이 없었던 노숙인들에게 자립심이 자라났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재회하는 이들도 있다고. 이 모습이 부부에게는 가장 큰 힘이다. 조 교수는 “푸른들 공동체는 이익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늘 적자”라며 “그래도 이곳을 거쳐간 노숙인들이 푸른들공동체를 첫 번째 집으로 여겨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푸른들공동체의 시작은 10명의 노숙인으로 시작했다. 그 후 20여 명의 노숙인이 거쳤고, 현재는 3명이 거주하고 있다. 부부는 이들을 ‘돌본다’는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다. 가족같이 의지하는 마음으로 뭉치고 항상 섬기는 자세로 대하려 노력한다고. 

 

활발한 전시로 인식 개선 나서기도

한편 조 교수의 제3회 ‘미술의 힘 그 치유의 능력’ 전시가 오는 3~4월 중 푸른들공동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전시는 예술과와 사회취약계층이 함께하는 설치미술전시회다.

그는 노숙인들이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세상을 발 디딜 수 있도록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최근 청년 노숙인의 수도 늘어, 이들의 사회화를 위해 푸른들공동체 안에서만 전시를 여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바깥미술회와 함께 야외전시까지 계획하고 있다.

“다양한 청년이나 단체와의 콜라보 전시도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사회와 통합하는 푸른들공동체가 되길 바라요.”(조태례 교수)

“당진에서 20년을 살았는데 당진시민들에게 제가 가진 지식을 나누는 일을 앞으로 해보고 싶어요. 푸른들공동체가 봉사를 통해 청년과도 교류하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박국양 교수)

 

박국양  교수는

- 1956년 전라남도 보성시 출생

- 1986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 2005년 대한 흉부외과 학회 이사 및 부회장

- 2020년 장기려의도상 수상

- 2022 국민추천 포상위원회 대총령표창

 

조태례 교수는

- 1959년 전라남도 순천시 출생

- 1982년 동덕여대 서양과 졸업

- 1987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 졸업

- 2004년 동덕여대 자연과학대학 가정복지학과 졸업 /사회복지사 1급 취득

- 2009년 한서대 노년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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