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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17 20:42
  • 호수 1447

한 권에 담긴 잊혀졌던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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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면주민자치회, 노인 대상 출판사업 추진
주민 구술채록 통해 과거 고대면 모습 담아

 

하얗게 머리가 센 어르신들이 주름진 손으로 빛바랜 낡은 사진을 꺼내들었다. 가만히 머릿속에 잠들었던 기억이 사진을 보자 떠듬떠듬 떠올랐다. 어르신들은 사진 속 그날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때로는 말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뒤늦게 종이에 적어주기도 했고,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회상하며 시를 지어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잊혀갔던 마을과 주민의 삶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고대면주민자치회(회장 허석)가 마을 어르신들의 잊혀가는 옛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우리가 주인공이다’를 출간했다.

고대면주민자치회는 지난 2020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출판사업을 진행해왔다. 2020년에는 ‘고대면 지명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발행했으며, 2021년에는 ‘어르신 칼라북 그림책 만들기’를 연속적으로 출간했다. 이어 지난해 말, 지역 주민들의 옛 생활상을 담은 구술채록집 ‘우리가 주인공이다’를 완성했다. 

이번 ‘우리가 주인공이다’ 출판사업은 지난 2021년도 충청남도 주민자치 제안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어르신들을 만나 옛이야기를 듣고 기록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시기와 한국전쟁 당시의 생활상, 새마을운동,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옛 혼례식, 공동빨래터(시냇가), 옛 고대면사무소, 옛 의용소방대원들의 모습 등 일상생활부터 문화·교육·사회단체를 비롯해 고대면의 변천사가 담겼다. 또한 어르신들이 손수 지은 자작시까지 수록됐다. 이밖에도 마을주민들의 생활상과 시대 변화상을 느낄 수 있는 흑백 사진도 첨부됐다. 

 

발간된 800부의 도서는 고대면에 위치한 작은도서관과 당진시의회 도서관 등에 비치됐으며, 참여 어르신과 타 지역에도 배포했다.

전종훈 고대면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은 “경로당과 어르신 댁을 방문해 일일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며 “어르신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모은 지역의 발자취이자 역사”라고 말했다.

허석 고대면주민자치회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마을 주민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을 출간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어르신 사진첩 만들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서 내용 발췌]

 

성산1리 이병직 어르신의 ‘당진학사’ 中

“한국전쟁 직후 어려웠던 시기에 배우겠다는 청운의 뜻을 가지고 서울로 갔는데 가장 어려웠던 일이 숙소 문제였다.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도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신 고마운 분이 계셨다. (중략) 1956년 9월 17일 당진학사 입사식을 하는 날, 당진군의 유명 인사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진관2리 손흥동 어르신의 ‘민선 초대 고대면장과 제2대 면의회 의원’ 中

“지방자치법에 의해 처음으로 실시한 초대 면의회 의원은 1952년 4월 25일 면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12명을 선출했고 면장은 면의회 의원의 간접 선거로 선출했다. (중략) 사진은 1957년 8월 16일 제2대 고대면 의회 구성 1주년을 기념해 촬영한 것으로, 앞줄 중앙에 손용복 면장과 최병욱 면의회 의장 등 9명의 면의회 의원, 초대 면의회 의원이었던 고신복, 김옥곡, 노기홍, 손용칠, 하헌영과 고대면사무소 직원들이 함께 촬영했다.”

 

 

장항2리 손인권 어르신의 ‘고학, 60년 전 친구와 같이 방물장수를 했던 추억’ 中

“1953년 1월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다음 학기의 등록금을 마련해보겠다고 친구와 같이 배낭에 짊어지고, 추운 바람이 쌩쌩 부는 눈 위를 터벅터벅 걸어서 생면부지의 농갓집을 찾아다니며 하나만 팔아 달라고 애원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고학생’이라는 말에 10원, 20원 또는 쌀 한 되, 콩 한 되씩 싸 주시고는 (중략) 화롯불로 손을 녹여주시던 그 다정스런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시절을 디딤돌 삼아 이렇게 잘 살아왔으니 나도 누군가에게 디딤돌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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