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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4 20:49
  • 수정 2023.03.29 10:15
  • 호수 1448

“언어 장벽 깨고 유치원 교사 됐어요” / 유치원 교사 부임한 필리핀 출신 손지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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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취득…유치원 교사 부임한 필리핀 출신 손지연 씨 (대호지면 조금리)
다문화센터서 한글공부 시작하고 한국문화 공부
학원강사로 일하다 20학번으로 신성대 유아교육과 졸업
“언어장벽 느꼈지만 주변에서 많은 도움”

손지연 씨
손지연 씨

“영어도, 한국어도 할 줄 아니까 아이들이 “선생님은 어느나라 사람이에요?”라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럼 저는 어디서 왔는지 맞춰보라고 하죠.”

지난 2일 신성대학교 부설 유치원에 유치원교사로 부임한 손지은 씨는 필리핀 출신으로, 12년 전인 2011년 당시 그의 나이 27살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필리핀에서 살고 있을 때 뚜렷한 꿈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17살부터 신학을 공부했다. 주말에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갖게된 그는 신학공부를 마치고 유치원 보조교사로도 일했다. 그러던 중 목사님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며 남편이 사는 이곳, 대호지면을 찾았다. 

“필리핀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어요. 교회에 다닐 때 한국인 선교사분들을 만나 한국의 문화를 전해듣거나 김치를 먹어보기도 했거든요. 다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됐어요.”

온가족이 도움받아 한글 배워

지연 씨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언어 사용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을 한국어로 표현할 수 없어 무척 답답했단다. 그럴 때 도움을 준 것은 시부모님이었다. 시어머니는 한영사전을 펼쳐 그에게 단어를 알려주면서 지연씨에게 한글을 가르쳐줬다. 또한 한국에 온지 2주가 지날 무렵 시아버지가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지연 씨를 직접 데려가 한글 교육 프로그램 등록을 도왔다. 또한 지연 씨가 한글을 배우러 갈 수 있도록 남편이 버스를 타고 동행하며 버스 노선과 길을 알려줬다. 버스를 타고 다닌지 한 달 뒤에는 남편없이 혼자 길을 나섰다고. 

그는 한글을 공부하면서도 계속해서 교사의 꿈을 갈망했다. 지연 씨는 “한국에 오고 5년 동안은 남편의 농사일을 도왔어요. 한국에 와서 교사의 꿈을 이루고 싶었는데 바로 일할 수 없던 것이 속상했죠.”

그러던 중 2016년도 학원에서 일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친구가 권유했다. 가족들의 격려로 2년 동안 영어 강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제한받지 않고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시아버지가 한국 국적 취득을 제안했다고. 

그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재)한국이민재단에서 진행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 KIIP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했다. 평일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당진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서산시의 한서대학교를 다니며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 공부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2018년도에 한국 국적 취득에 성공했다.

“대학 다니고 견문이 넓어졌어요”

지연 씨는 학원 강사 뿐만 아니라 방문 학습지 교사로도 일했었다. 지연 씨에게 수업을 받던 학생의 학부모가 신성대학교 교수였고 신성대 유아교육과를 알게되면서 2020년 3월에 2020학번으로 유아교육과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대학교에 입학해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시아버지께서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지 모르니 꼭 기회를 잡으라고 말씀하셨어요. 대학교에 다니게 되니 견문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고 공부할 수록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2학기에 본격적인 대면수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느꼈다. 학기 중간에 입학하게 돼 동기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하지만 걱정과 달리 손복영 유아교육과 교수와 따뜻하게 반겨주는 동기들 덕분에 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할 수 있었단다. 그는 “동기들이 과제 범위를 알려주거나 시험이 끝나면 같이 뒤풀이를 하는 등 먼저 편하게 다가와줘서 고마웠다”며 “제 자신의 강한 의지와 주변의 도움이 보태져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연 씨의 졸업 소식에는 필리핀의 본가 가족들과 친구들이 많은 축하를 보내왔다. 그의 12살 된 딸은 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우리 엄마는 대학교에 다닌다”며 자랑했을 정도였단다. 지연 씨는 많은 과제들을 한국어로 하다보니 오타가 있으면 딸이 직접 검수를 해주기도 했다고.

한편 지연 씨는 신성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신성대학교 부설 유치원에 부임하게 됐다. 

첫 출근을 하던 지난 2일에는 그토록 바라던 선생님의 꿈을 이루게 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유치원교사 일을 하다보니 걱정을 할 틈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는 바쁜 일과 중에도 활기차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볼 때 가장 힘을 얻는다고. 하루는 한 아이가 “선생님은 영어도 하고 한국어도 하는데 어느나라 사람이에요?”라고 묻자 다른 아이가 “선생님은 지금 한국에 있으니까 당연히 한국사람이지!”라고 대답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저는 정원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꽃과 식물들에게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금방 시들어버리니 세심히 관리를 해야하죠. 저 또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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