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실시간뉴스
편집 : 2024-04-26 19:24 (금)

본문영역

  • 환경
  • 입력 2023.04.07 20:23
  • 수정 2023.04.07 21:34
  • 호수 1450

석문산단 불산공장 입주 추진 관련
건축허가 불허에 행정소송 제기…당진시 패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심 재판부 “당진시, 건축허가 불허 처분 취소해야”
맹독성 불화수소…램테크놀러지 금산서 4차례 누출 사고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불산공장 램테크놀러지가 당진시의 건축허가 불허에 대해 제기한 행정소송(1심)에서 승소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원고(램테크놀러지)에게 한 건축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당진시)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에 당진시는 상급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석문면 주민 400여 명이 지난달 28일 금산군에 위치한 램테크놀러지 공장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석문면 주민 400여 명이 지난달 28일 금산군에 위치한 램테크놀러지 공장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2019년부터 입주 추진했으나…

금산군에서 불산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램테크놀러지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난 2019년부터 석문국가산단 입주를 추진해왔다. 램테크놀러지는 300억 원을 투자해 7200평 규모의 부지에 불산공장을 신축하겠다며 당진시에 지난 2020년 12월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석문면 주민들은 물론 당진지역 주민들이 불산의 안전성 문제에 우려를 제기하며 입주를 반대했고, 당진시의회에서도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불산공장 입주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당진시 또한 업체 측에 안전성을 입증하라고 요구하면서 2021년 8월 불허 처분을 내렸다. 

이에 램테크놀러지는 당진시를 상대로 ‘석문산단 내 불화수소(불산) 공장 건축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를 청구하며 충남도에는 행정심판을, 법원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충남도에서는 업체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 반면, 최근 진행된 법원의 1심 판결에서는 업체 측의 청구를 인용, 당진시가 패소했다. 건축허가 불허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문면개발위원회를 중심으로 석문면 주민들이 결성한 불산공장 반대대책 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강정의·유병수·인나환)는 당진시에 항소를 요구하고 있다. 강정의 공동위원장은 “법원의 판결 결과가 매우 유감스럽다”며 “1심 재판 결과에 굴하지 않고 주민들은 지속적인 반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진시가 고등법원에 항소하도록 협력하겠다”면서 “석문주민 뿐만 아니라 당진시 전역에 이 문제를 알리고 당진시민들과 함께 불산공장 입주 저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동물·식물까지 피해…맹독성 물질 

한편 램테크놀러지가 생산하는 불산은 불화수소를 물에 녹인 액체다. 불화수소는 불소(플루오린)와 수소의 원자가 결합된 화합물로, 불화수소가 기화하는 끓는점은 19.5℃에 불과하다. 물이 100℃에서 끓으면 수증기가 되듯, 불화수소는 19.5℃만 되면 기체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불화수소가 쉽게 기화하기 때문에 램테크놀러지와 같은 업체에서는 불화수소를 물에 녹여 불산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사용된다. 반도체 생산시 공정 과정에서 극미량의 불순물이 들어가기만 해도 회로를 손상시키거나 반도체 성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불순물 제거를 위해 초고순도의 불화수소가 필요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불화수소는 없어선 안 될 필수적인 화학물질이지만, 인체에 해로운 맹독성의 위험한 물질이기도 하다. 

기화가 쉬운 불화수소는 기온 20℃ 이상의 환경에서 기체로 누출될 위험이 있고, 외부에 누출될 경우 분자량이 작아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자연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알칼리성 물질로 신속하게 중화해야 한다. 특히 물에도 잘 녹아서 피해가 확산되기 쉽다. 

기체 상태의 불화수소를 흡입할 경우 기관지 경련이나 폐부종 및 출혈이 발생하는 등 폐가 손상되며, 눈에 접촉할 경우 각막 손상 및 출혈 또는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피부 접촉 시에는 불화수소 농도에 따라 홍반, 수포, 괴사, 화상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지난 2012년 경북 구미산단 내 한 업체에서 약 8톤의 불화수소 누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목숨을 잃고, 인근 주민 1만2000여 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으며, 가축·농작물·하천·산림 등에서 피해가 발생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당시 농작물이 고사하고, 가축 4000여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불산공장이 지역에 입주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은 반도체 공정에서 불화수소가 필요하다면, 불산공장은 반도체 관련 산단이나 반도체 공장 인근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험 물질의 이동 거리를 최대한 줄여 위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주민들은 당진에서 위험 물질을 생산해 전혀 관련 없는 지역에 공급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며 램테크놀러지의 입주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사고 전력 여러 차례…“믿을 수 없어”

램테크놀러지는 화학물 누출 원천 차단 등 안전성을 고려해 공장을 설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여러 차례 불산 유출사고를 냈던 전력이 있어 주민들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는 현재 운영 중인 금산공장에서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4차례의 불산가스와 질산가스를 누출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7월에는 렘테크놀러지 배수구로 불산이 유출돼 마을 하천에 물고기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으며, 2014년 1월에는 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8월에는 불산 3~7kg이 유출되면서 주민과 노동자가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2016년 6월에는 렘테크놀러지 유독물 이송 배관 일부가 파열되면서 불산가스가 유출돼 경찰 수사 결과 순도 49~55%의 불산 100kg과 물 400kg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유출 사고로 주민 수십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본사 및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금산군에서도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던 램테크놀러지는 2014년에 공주시 탄천산단에 토지 매입을 추진하려다가 공주 주민들의 반대로 2년 6개월 만인 2016년 11월에 입주 계획을 철회했다. 

 

>> 램테크놀러지㈜ 불산공장 입주 추진 개요

▪위치: 석문면 장고항리 1419

▪부지면적: 2만3948㎡(약 7200평)

▪건축면적: 1만2264㎡(약 3700평)

▪업종: 석탄화확계 화합물 및 기타 유기 화학물 제조업, 기타 기초 무기화학물질 제조업

▪생산품명: 고순도 불산(액체), 고순도 무수불산(가스), BOE(산화막 식각액) 등

 

>> 램테크놀러지 입주 추진 경과 

2019년

08월  램테크놀러지, 한국산업단지공단에 석문국가산단 입주 신청 

09월  당진시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투자지원카라반에서 불산공장 입주에 대한 반대 의사 표명

 

2020년 

01월  한국산업단지공단, 석문국가산단 내 입주 적격 의견 통보 

03월  램테크놀러지, 석문국가산단 토지분양 계약 및 등기 완료 

04월  당진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산업단지공단 항의 방문

05월  램테크놀러지 입주 추진에 대한 당진시·석문면민 회의 진행 

05월  당진산폐장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 불산공장 입주 반대 성명 발표 

06월  당진환경운동연합 불산공장 석문산단 입주 반대 성명 발표

12월  한국산업단지공단, 램테크놀러지 입주 승인 

12월  램테크놀러지, 당진시 허가과에 건축허가 신청 

 

2021년 

01월  당진시, 램테크놀러지에 보완계획서 제출 통보 

07월  석문면개발위원회, 김홍장 당시 당진시장과 면담 

08월  당진시, 램테크놀러지 건축허가 불허 통보 

08월  램테크놀러지, 충남도에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 행정심판 제기  

12월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 램테크놀러지 행정심판 청구 기각 

12월  램테크놀러지, 대전지방법원에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 제기

 

2022년 

11월  행정소송 1차 변론 진행 

 

2023년 

02월  석문면개발위원회 등 석문주민들, 불산공장 반대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03월  행정소송 2차 변론 진행 

03월  불산공장 반대대책 특별위원회,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릴레이 피켓 시위 

03월  당진시의회, 석문국가산업단지 불산공장 입주 반대 결의안 채택 

03월  금산군에 위치한 램테크놀러지 공장 앞에서 석문주민 400여 명 집회 

04월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1심)에서 당진시 패소 

저작권자 © 당진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5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