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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 입력 2023.04.15 15:45
  • 호수 1451

세 가지 소소함을 담아 만든 특별한 모험
■ 당진문화재단 2023 당진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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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미술관→소금창고→석문방조제→면천면 일원 코스
당진 포구 특색 더한 전시회·다이닝·찻자리 프로그램 등 구성
지역의 오랜 이야기와 예술 작품으로 새롭고도 익숙한 당진

아트투어 마스코트 둥당이의 푸른 모자는 김지민 작가가 쪽염색을 했고, 둥당이는 정희기 작가가 만들었다.
아트투어 마스코트 둥당이의 푸른 모자는 김지민 작가가 쪽염색을 했고, 둥당이는 정희기 작가가 만들었다.

당진문화재단(이사장 박기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당진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을 진행했다. 당진아트투어는 지역의 오래된 이야기와 예술가의 눈으로 재해석된 예술 작품이 함께 한 가운데, 예술로 당진을 둘러보는 새로운 형태의 투어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올해 아트투어는 지난해 투어의 인기에 힘입어 2회차가 늘어난 4회차로 마련됐다. 

올해 아트투어 일정은 순성 아미미술관→송산 소금창고→석문방조제→면천면 일원(면천읍성, 서점 ‘오래된 미래’,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 골정지)→면천면 대숲바람길 순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투어와 전체적인 콘셉트와 장소를 유지하면서도 투어 순서와 참여 작가 구성이 달라지면서 새로움을 더했다.

당진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은 지역의 오랜 이야기가 스며든 장소를 중심으로 투어 곳곳에 예술 작가들의 손길이 더해져 당진의 숨결을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예술 모험이다.          

예술인이 바라 본 당진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에 3가지의 ‘소소함’이 담겼다. 그중 하나가 ‘소소(昭昭)한 예술’이다. 아트투어는 당진 안팎의 예술인들이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당진아트투어를 함께 준비하며 당진을 다시 보고, 깊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지수와 최하진 작가의 그림, 정희기 작가의 텍스타일, 김지민 작가의 쪽염색, 장준호 작가의 차수레, 윤혜진 요리연구가의 요리, 반디밴드의 음악, 우현선 작가의 포구이야기, 김선미 도예가의 다기 등 예술인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된 당진을 만나본다.

미술관이 된 폐교 ‘아미미술관’

지난 12일 진행된 당진문화재단의 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 출발 전 참가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지난 12일 진행된 당진문화재단의 아트투어 '둥둥당당 소소한 모험' 출발 전 참가자들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마지막 회차가 운영된 지난 12일 아침, 19명의 참가자들이 당진문예의전당으로 모였다. 25인승의 작은 버스 앞에 선 이들은 본격적인 투어 진행에 앞서 벌써 세 명의 예술 작가를 만났다. 참가자들에게 제공된 당진 특산품과 간식꾸러미를 담은 푸른색의 에코백은 쪽염색가 김지민 작가가 직접 쪽 농사를 지어 전통방식으로 염색한 천이다. 신평 출신의 김지민 작가는 투어 곳곳을 그만의 푸른빛으로 물들여 놓았다. 아트투어의 마스코트 ‘둥당이’의 모자, 식기가 되고 다기가 된 도기를 감싼 푸른 천이 그가 염색한 작품이다.

여기에 정희기 작가의 손이 더해졌다. 천을 짜고 엮고 수를 놓는 등의 텍스타일 작업을 하는 정희기 작가가 김지민 작가의 천을 이용해 에코백, 마스코트 둥당이, 식탁 위 다이닝 테이블 웨어를 만들었다.

이번 아트투어의 이야기꾼으로 나선 우현선 작가는 투어 내내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투어의 예술적 면모를 짚어줬다. 15년 전 지역 언론 기자로 당진을 처음 만나 지금까지 당진에 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 당진시포구문화구술연구용역의 책임연구원으로 바닷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기록하고 있는 그는 이번 투어 동안 당진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당진 포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미미술관에서 신미혜 씨의 모습
아미미술관에서 신미혜 씨의 모습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가 당도한 아미미술관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박기호 화가와 구현숙 설치미술가 부부가 폐교된 유동초등학교에 작업실을 마련한 것으로 시작했다. 부부는 자연과 예술을 담은 공간으로 가꾸었고 미술관이 됐다.

서산시장애인복지관에서 아트투어에 참가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서산시장애인복지관에서 아트투어에 참가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지역의 역사가 깃든 학교의 원형을 되도록 보존한 미술관은 네모난 격자무늬 창과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는 나무 마룻바닥, 서까래를 비롯한 천장의 나무 구조, 낡고 작은 나무 책상과 의자까지 옛 학교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미술관 복도와 전시실의 천장을 채운 붉고 파란 나무 작품은 당시 교정에 심겼던 나무로 만든 것이고, 미술관 뒤편에 자리한 한옥집은 교장 선생님의 사택이었다는 옛이야기도 자리했다.

순성면 갈산리 벚꽃길을 거닐고 있는 참가자들.
순성면 갈산리 벚꽃길을 거닐고 있는 참가자들.

미술관을 나온 참가자들은 순성면 성북리 벚꽃길을 걸었다. 유한한 생명으로 아름다운 벚꽃이지만 올해는 비와 바람으로 유독 꽃이 일찍 져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래도 나뭇가지에 한두 개씩 소소하게 핀 벚꽃이 사람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고, 2000년 무렵부터 시민사회가 함께 가꾼 벚꽃길의 역사를 되새기게 했다. 

송산면에 위치한 소금창고
송산면에 위치한 소금창고

오섬포구의 기억을 간직한 소금창고

벚꽃교를 건너 다시 버스에 탑승한 참가자들은 송산면 당산리로 향했다. 당진은 2/3가 바다와 닿아있는 해양도시였다. ‘당진’이란 지명 자체가 신라시대 당나라와 교역하던 항구였던 데서 유래한 것처럼 과거 당진은 지형적·지리적 특성으로 바닷길이 발달했고 포구가 많았고 염전을 일궜다.

과거 이 일대에도 바닷물이 들어왔고 이제는 사라진 오섬포구가 자리했다. 1960년대 이전까지 당진을 대표하는 외항으로 ‘똑땍이’라 불리는 인천행 증기선의 기착지로 대도시의 신문물이 오섬항을 통해 당진으로 들어왔다. 마을은 늘 북적였지만 토사의 퇴적, 얼음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점차 쇠퇴하다 1987년 시작된 석문방조제 건설로 바닷길이 막히면서 포구의 기능을 상실하고 농경지로 변했다. 옛 오섬항에는 당진에 마지막 남은 소금창고가 있다. 박기호 관장은 이 소금창고를 매입해 2020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버려진 슬레이트를 모아 외벽을 장식했고 내부는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원형 그대로를 보존했다. 작년까지 이 소금창고에서는 레지던시 작업이 진행됐다.

쪽염색가 김지민 작가가 쪽염색한 천, 정희기 작가가 만든 테이블 웨어, 김선미 도예가가 만든 식기 겸 다기
쪽염색가 김지민 작가가 쪽염색한 천, 정희기 작가가 만든 테이블 웨어, 김선미 도예가가 만든 식기 겸 다기

소금창고에서 제철 다이닝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각 참가자의 이름이 쓰인 자리에는 김지민, 정희기 작가의 콜라보한 테이블 웨어가 곱게 놓여 있었다. 천을 풀어내자 면천 출신으로 서산에서 활동하는 김선미 도예가의 식기 겸 다기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선미 도예가는 자연에서 얻은 천연유약과 망생이 장작가마를 이용해 그릇을 구워내고 있다.

윤혜신 요리연구가가 당진의 4월 제철 식재료인 실치로 한 상 차림을 만들었다.
윤혜신 요리연구가가 당진의 4월 제철 식재료인 실치로 한 상 차림을 만들었다.

이 식기 안에는 윤혜신 요리연구가가 4월에만 맛볼 수 있는 실치를 식재료로 만든 한 상 차림을 담았다. 합덕읍 석우리에서 ‘미당면옥’을 운영키도 하는 윤혜신 요리연구가는 실치덮밥, 두부소박이토장국, 뱅어포를 고명으로 얹은 녹두전, 백오이갓김치, 녹차양갱, 오미자차를 준비했으며, 이날 윤 연구가는 음식에 대한 설명을 전하면서 당진문화재단 직원들과 함께 직접 음식을 배식했다.

소금창고에서의 제철 다이닝 프로그램 중 김민정 씨
소금창고에서의 제철 다이닝 프로그램 중 김민정 씨

서울에서 온 김민정 씨는 “투어 시작할 때부터 나눠준 에코백 선물꾸러미에서부터 각 식사 자리에 놓인 음식에 대한 설명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다이닝 프로그램 등에서 세심한 배려와 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석문호
석문호

담수호 정경 속 찻자리

석문방조제에서 차수레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석문방조제에서 차수레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식사 후에는 석문방조제로 이동해, 이동하는 차(茶) 수레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조각가 장준호 작가가 접어서 이동이 용이하도록 제작한 차수레를 통해 참가자들은 특별한 티타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방조제에서 너울거리는 담수호를 바라보며 차를 즐겼다. 이곳에서 김선미 도예가가 직접 정성으로 만든 다과 그리고 말차 가루를 넣은 차와 목련차, 밀크티를 우렸다.

읍내동에 거주하는 박진영 씨는 “이곳에서 차를 마시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커피가 아닌 차를 마시면서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더욱 이 순간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석문방조제 둑 위에서 박진영 씨
석문방조제 둑 위에서 박진영 씨

찻자리를 즐긴 참가자들은 석문방조제 둑을 올라섰다. 송산면 가곡리와 석문면 장고항리 바다를 막아 연결된 방조제는 총길이 10.6km에 달한다. 당진 내륙 깊숙이 이어지던 바닷길이 끊기면서 당진의 생태계는 물론 어민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석문방조제 둑 위에서 주시현 씨
석문방조제 둑 위에서 주시현 씨

아트투어 곳곳에는 두 번째 소소함인 ‘소소(騷騷)한 포구’가 자리잡고 있다. 당진의 포구에는 당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다. 1979년 완공된 삽교호방조제를 시작으로 간척사업, 각종 산업단지 건설은 당진 바다는 물론 당진시 전체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왔다.

우현선 작가는 투어 장소를 이동하는 중간중간 과거 수많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당진의 포구와, 포구가 존재하던 당시 생활상, 방조제 건설과 현대제철이 들어오면서 삶의 터를 이주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

참가자들이 면천읍성을 둘러봤다.
참가자들이 면천읍성을 둘러봤다.

이윽고 참가자들은 면천면으로 향했다. 이들은 면천읍성과 레트로 거리를 걸었고 작은 서점 ‘오래된 미래’와 골정지,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을 차례로 방문했다. 면천면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복원 중에 있는 면천읍성은 서산의 해미읍성이나 순천의 낙안읍성과 달리 성안에는 실제 주민들의 거주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옛날 자전거포(자전거수리점)였다는 책방 '오래된 미래'와 막거리를 파는 대포집이었다는 잡화점 '진달래상회'. 모두 구옥을 되살린 곳들이다.
옛날 자전거포(자전거수리점)였다는 책방 '오래된 미래'와 막거리를 파는 대포집이었다는 잡화점 '진달래상회'. 모두 구옥을 되살린 곳들이다.

읍성 안쪽에는 현재를 살아가는 주민들의 마을이 나온다. 옛 면천초등학교 터에는 오래 전 자리했던 조종관을 복원했고 그 앞에는 책방 ‘오래된 미래’가 있다. 60년 전에 지어져 한 동안 자전거포(자전거수리점)로 운영됐던 이곳은 아늑한 책방으로 다시 태어나 시골 책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최하진 작가가 집필한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 책방 '오래된 미래' 2층에서 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최하진 작가가 집필한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 책방 '오래된 미래' 2층에서 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책방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최하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당진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최하진 작가는 이번 투어에서 한국에서 발표한 그림책 일부를 선보인다. 책방 2층에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의 그늘을 유쾌하게 다룬 성장 그림책 <노란 줄무늬 고양이> 원화와 무려 6개월 간 계속된 호주의 대형 산불 속에서 위로와 감동을 전해준 윔뱃의 따듯한 일화를 담은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의 원화가 전시돼 있다. 특히 그림책 <숲속의 어느 날> 전시는 당진에서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54시간 동안 이어진 산불과 화재의 위기 속에서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해 희망을 발견했던 대호지면 산불이 떠오르게 한다.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은 과거 면천우체국 청사였던 곳을 되살려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이곳에서는 이지수 작가의 <고잉홈> 전시가 이뤄진다. 이지수 작가의 이번 전시는 2021년 에꼴드아미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처음 만난 당진과 당진포구에 대한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고잉홈>을 통해 2021년 에꼴드아미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서 발표한 작품과 함께 이후 당진과 포구에 대한 기억과 이미지들을 새롭게 사유한 신작인 미공개 드로잉 작품을 걸었다. 

이지수 화가의 전시회 '고잉홈'이 면천읍성안 그 미술과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지수 화가의 전시회 '고잉홈'이 면천읍성안 그 미술과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안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수원 등에서 작업해온 이지수 작가는 포구를 떠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집을 떠나 어디론가 흩어진 사람들이 꿈을 통해 또는 신적인 존재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이날 19명의 참가자 중에는 서산시장애인복지관에서 온 14명의 발달장애인과 인솔자가 함께 했다. 인솔자 심주영 씨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좋았다”며 “특히 발달장애인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기 어려운데 이번 투어에서는 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대나무 숲에서 음악 공연을 펼치고 있는 월드뮤직 반디
대나무 숲에서 음악 공연을 펼치고 있는 월드뮤직 반디

음악으로 전한 재생의 가치

마지막 투어로는 면천면의 대숲바람길에서 음악 공연이 펼쳐졌다. 밴드 월드뮤직 ‘VANDI’(이하 반디)는 세계 각지를 다니며 느꼈던 감성과 각 나라 아티스트와의 교류하며 익힌 주법, 전통음악을 융합해 반디만의 독창적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곡마다 다양한 악기 구성과 신비로운 스타일로 반디만의 사운드는 참가자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이수자 씨가 월드뮤직 반디의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이수자 씨가 월드뮤직 반디의 음악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이날 반디는 <플라스틱 아일랜드>, <판타지아>, <아리랑> 등을 연주했으며 연주가 끝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첫 곡 <플라스틱 아일랜드>는 태평양 해상에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플라스틱 섬(쓰레기 섬)을 소재로 만든 곡이다. 반디는 예술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반디는 현실 속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민속 악기를 제작하고 연주함으로써 재생의 가치를 부여하고, 모두의 관심으로 지켜가야 할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전했다.

면천면 대숲바람길에서 월드뮤직 반디의 음악공연이 펼쳐졌다.
면천면 대숲바람길에서 월드뮤직 반디의 음악공연이 펼쳐졌다.

서울에서 내려온 주시현 씨는 “매번 빌딩과 아파트만 보다가 아트투어를 통해 숲과 바다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서산에서 온 김현미, 박미선 씨는 “대숲바람길에서의 음악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진영 씨는 “당진에 13년 살았지만 이번 아트투어를 통해 새롭게 가본 곳들이 많다”면서 “오히려 가깝게 살고 있어서 잘 가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루트를 따라 가족이나 친지와 함께 한 번 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개방성과 포용성이 녹아든 ‘당진’

이번 아트투어에서는 세 번째 소소함 ‘소소(炤炤)한 문화’가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당진은 내포 문화와 해양, 농경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다채롭고도 고유한 문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우현선 작가는 “당진은 포구 문화를 통한 두 가지 특성을 띠고 있다”면서 “그것은 바로 개방성과 포용성”이라고 강조했다.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수백 년간 전통문화가 계승되는가 하면, 일찍이 발달한 바닷길을 통해 안팎의 문화 교류가 활발히 이뤄졌다. 우 작가는 “지리적 특성상 일찍부터 바닷길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개방적 특징을 갖게 됐다”면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기지시줄다리기, 합덕·우강지역의 천주교 문화와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신부 등이 이를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에는 급격한 산업화와 개발로 인한 문화충돌이 일어났다. 동시에 서해고속도로 개통으로 육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수도권에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다양한 관광지가 개발됐다. 또한 옛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새로운 문화예술을 창출해냈다. 아미미술관을 비롯한 문화예술로 재생의 바람이 분 면천면 일원이 그러하다. 면천읍성 복원과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을 시작으로 구옥을 살려 카페와 서점이 들어서고, 이러한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들을 포용해 또 다른 가치를 생산해내고 있다.

(왼쪽부터) 아트투어 이야기꾼 역할을 한 우현선 작가와 현장운영팀 '원더러스트', 인치수 당진문화재단 대리
(왼쪽부터) 아트투어 이야기꾼 역할을 한 우현선 작가와 현장운영팀 '원더러스트', 인치수 당진문화재단 대리

우 작가는 “이번 아트투어도 당진 출신과 당진에 거주하거나 아예 타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아트투어를 만들어냈고, 참가자도 서산과 서울 등 곳곳에서 모여 함께 여행하는 과정을 통해 개방성과 포용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서산시장애인복지관 인솔자 이은이 씨는 “폐교와 우체국 청사를 활용한 미술관, 동네의 레트로거리, 소금창고처럼 어떤 대상을 부수고 새로 짓는게 아니라 기존의 것을 재활용하고 살린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온 김민정 씨는 “가이드 역할을 한 작가님의 이야기에는 당진에 대한 애정이 뚝뚝 녹아있어 더욱 좋았다”면서 “투어 대상지에 다양한 지역의 이야기를 입혀서 아트투어 스토리를 만들어간 것이 놀라웠다”고 전했다. 이어 “아트투어를 통해 당진의 팬이 됐다”고 덧붙였다.

아트투어 사업을 기획한 당진문화재단 예술교육부 인치수 대리는 “아트투어는 화려하고 멋진 관광지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면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미니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시골길도 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투어에서는 바다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에서 매립된 포구와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환경적 아픔들을 억지로 포장하지 않고 담담히 전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희망적인 당진의 미래를 그려나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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